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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지만 매력이 넘친다' 황성빈, 제2의 손아섭 될까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2-07-28 10:10 | 최종수정 2022-07-28 10:30


2022 KBO리그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2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황성빈이 6회초 1사 1,3루에서 전준우 희생플라이때 득점을 올리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7.02/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황성빈이 제2의 손아섭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는 암울하다. 팀의 간판 이대호의 은퇴 시즌에 가을야구를 해도 될까, 말까인데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27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패하며 5연패. 5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가 무려 8경기다.

롯데팬들 입장에서는 야구 볼 맛이 안날 수밖에 없다. 오죽 답답했으면, 본사 앞에서 차량 시위를 벌일까. 그래도 그나마 야구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선수가 있으니 혜성처럼 등장해 테이블세터로 활약하고 있는 황성빈이다.

2020년 롯데 지명을 받고, 병역 의무를 마친 뒤 올해 5월 정식 선수가 됐다. 대주자, 대수비로 나오다 어느 순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타율 2할9푼4리, 출루율 3할4푼9리로 데뷔 시즌 치고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물론, 정말 확고한 주전이 되려면 더 성장해야 한다. 유니폼은 늘 지저분하고, 열심히 하는 건 눈에 보이는데 뭔가 어설픔을 감출 수 없다. 방망이에 공을 맞히려고, 자세가 다 무너진다. 공만 보고 몸이 따라나가기 바쁘다. 수비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던지는데, 공은 늘 글러브 밖에 있다.

27일 두산전 마지막도 '웃픈' 장면이었다. 내야 땅볼을 치고 전력질주, 1루에 슬라이딩을 하는 것까지 좋았다. 1루심이 지체 없이 세이프콜을 할 정도로 타이밍은 완벽했다. 세이프였다면 6-6 동점이 되고, 두산이 '멘붕'에 빠질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느린 화면을 보니, 슬라이딩을 하는 데 양팔이 '대자'로 벌어져있었다. 슬라이딩을 아무리 빠르게 하면 뭐하나, 베이스를 못찍었는데. 희망이라도 주지 말든가, 오히려 롯데가 한 순간에 '멘붕'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성적과 실력보다 중요한 건 그의 눈빛이다. 타석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외야에 수비를 나가도 공을 따라 죽을 듯이 뛰고, 넘어지고 펜스에 부딪히고 한다. 성적과 실력을 떠나 근성의 야구, 악바리같은 야구를 기다리던 롯데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선수라 사랑을 많이 받는 듯 하다. 유독, 롯데에서는 이런 유형의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10여년 전 손아섭을 처음 볼 때의 느낌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개명 전 손광민 역시 어정쩡한 타격폼에, 아마추어 같은 외야 수비 실력을 보여줬지만 타석에서 상대 투수를 죽일 듯 노려보는 눈빛 만큼은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전력질주였다. 그렇게 롯데팬들의 지지를 받았고, 주전으로 성장하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로 성장했다. 수비도 여전히 어설프지만, 이제 웬만한 타구들은 척척 처리해낸다.


황성빈이 과연 제2의 손아섭이 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손아섭이 롯데를 떠난 첫 시즌 황성빈이 등장했다. 어떻게 보면 편견 없이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외국인 감독을 데뷔 시즌 만난 건 황성빈 인생에 큰 행운이다. 이 기회를 살리느냐, 못살리느냐는 온전히 황성빈 본인의 몫이다. 지금의 눈빛과 정신 자세만 잃지 않으면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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