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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황성빈이 제2의 손아섭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2020년 롯데 지명을 받고, 병역 의무를 마친 뒤 올해 5월 정식 선수가 됐다. 대주자, 대수비로 나오다 어느 순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타율 2할9푼4리, 출루율 3할4푼9리로 데뷔 시즌 치고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물론, 정말 확고한 주전이 되려면 더 성장해야 한다. 유니폼은 늘 지저분하고, 열심히 하는 건 눈에 보이는데 뭔가 어설픔을 감출 수 없다. 방망이에 공을 맞히려고, 자세가 다 무너진다. 공만 보고 몸이 따라나가기 바쁘다. 수비에서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던지는데, 공은 늘 글러브 밖에 있다.
그런데 성적과 실력보다 중요한 건 그의 눈빛이다. 타석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외야에 수비를 나가도 공을 따라 죽을 듯이 뛰고, 넘어지고 펜스에 부딪히고 한다. 성적과 실력을 떠나 근성의 야구, 악바리같은 야구를 기다리던 롯데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선수라 사랑을 많이 받는 듯 하다. 유독, 롯데에서는 이런 유형의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10여년 전 손아섭을 처음 볼 때의 느낌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개명 전 손광민 역시 어정쩡한 타격폼에, 아마추어 같은 외야 수비 실력을 보여줬지만 타석에서 상대 투수를 죽일 듯 노려보는 눈빛 만큼은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전력질주였다. 그렇게 롯데팬들의 지지를 받았고, 주전으로 성장하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로 성장했다. 수비도 여전히 어설프지만, 이제 웬만한 타구들은 척척 처리해낸다.
황성빈이 과연 제2의 손아섭이 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손아섭이 롯데를 떠난 첫 시즌 황성빈이 등장했다. 어떻게 보면 편견 없이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외국인 감독을 데뷔 시즌 만난 건 황성빈 인생에 큰 행운이다. 이 기회를 살리느냐, 못살리느냐는 온전히 황성빈 본인의 몫이다. 지금의 눈빛과 정신 자세만 잃지 않으면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