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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투수와 벤치를 한꺼번에 좌절시키는 어이없는 실수는 경기의 승패는 물론 잘 나가던 팀의 분위기마저 망쳐버린다.
이상하리만큼 KIA만 만나면 경기가 꼬이는 롯데다. 올해 상대전적은 무려 2승9패. 지난 7월 24일에는 무려 '0대23'이라는 KBO리그 40년 역사에 남을 최다 점수차 패배까지 당했다.
이날도 징크스가 이어졌다. 지난 시즌 신인왕인 KIA 이의리를 맞상대한 롯데 선발은 나균안이었다.
그런 나균안의 멘털도 버티지 못했다. 나균안은 3회말 최형우와 소크라테스에게 잇따라 장타를 허용하며 3실점했다. 그래도 영리한 투구를 해온 덕분에 60구 안팎의 투구수였다. 5회까진 버텨줄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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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롯데 외야수들의 대처가 이상했다. 중견수 황성빈과 좌익수 전준우가 서로 공의 처리를 미루는가 싶더니, 그대로 공은 땅에 떨어졌다. 김도영은 단숨에 3루까지 내달렸다.
이를 지켜보던 나균안은 허리를 깊게 숙이며 좌절했다. 터져버린 멘털은 곧바로 드러났다. 다음 타자 박찬호에게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허용하고 말았다.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래리 서튼 롯데 감독도 폭발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닝이 바뀌기도 전에 황성빈을 빼고 장두성을 교체 투입했다.
외야수간의 수비 범위가 겹칠 때는 중견수에게 우선권이 있다. 황성빈이 그냥 달려가서 낙구지점을 찾아 잡으면 되는 플레이였다.
하지만 황성빈은 사실상 올해가 프로 데뷔 첫해나 다름없는 선수. 외야 경험도 매우 적고, 그중에서도 중견수 경험은 손에 꼽는다.
그렇다곤 하나 프로 선수고, 1군 경기에 뛰는 외야수다. 최근 키움과의 3연전을 스윕한 롯데의 강점은 선발의 호투와 수비진의 안정된 디테일이었다. 그 승리공식 모두를 한방에 헝클어버린 실수였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