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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김현수의 도발에 영건 정철원은 손가락을 깨물었다 [SC스토리]

최문영 기자

기사입력 2022-08-22 11:34


두산 투수 정철원이 8회말 LG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주고 있다.

김현수는 왜 정철원에게 시위했을까?

21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경기. 8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김현수가 두산 투수 정철원을 무섭게 몰아 붙였다.

정철원의 2구째를 기다라던 포수 박세혁이 양손을 들어 타임을 요청했고, 주심의 콜을 들은 김현수는 타석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이때 정철원이 공을 던져 투구 동작을 다 했다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LG 김현수가 타임콜 후에 공을 던진 두산 투수 정철원을 무섭게 쏘아보고 있다.
서 있는 박헤혁에게 가볍게 캐치볼 하듯 던지는 공이었고, 이에 놀란 표정을 지은 김현수는 주심과 박세혁에게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평소 같으면 가벼운 헤프닝으로 끝날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현수가 정철원을 쏘아보며 시위하는 듯한 모습이 상당시간 이어졌다.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LG 김현수가 타임콜 후에 공을 던지자 주심에게 어필하고 있다.
전날까지 두산에 우위를 점하고 4연승을 달리던 LG다. 베테랑 김현수 입장에서는 마지막 찬스를 만들어 승부수를 띄워 볼수 있는 점수차 상황이었다.

묘한 신경전 속에서도 정철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상대팀 베테랑을 자극한 정도면 목례나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보내는 일반적인 모습과는 달랐다.


정철원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김현수가 걸어나가는 동안 정철원은 절치 부심하듯 애꿎은 손가락만 깨물고 있었다. 박빙의 승부에서 신경전의 패배가 어떤 결과를 나을지 잘 아는 듯 했다.

경기후 정철원은 "상황은 일단 투구 동작에 들어갔는데 세혁 선배님께서 일어나서 어쩔 수 없이 포수에게 탁 던지자는 생각으로 던졌다. 김현수 선배님도 베테랑이시다보니까 경기를 사소한 그런 모습에서도 투수를 이기려고 하는 것 같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LG 김현수가 8회말 1사 만루에서 가르시아 타석때 폭투를 틈타 홈을 노렸으나 투수 정?원에게 아웃되고 있다.

그 후 정철원은 잠시 흔들렸다.

채은성의 좌전안타 문성주의 행운의 내야 안타로 어느덧 만들어진 1사 만루의 위기, 안타 한방이면 동점이 되고 경기가 뒤집힐수도 있었다.

마치 김현수의 신경전이 효과를 발휘된듯 보였다.

하지만 이때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1사 만루 가르시아를 상대하던 정철원이 폭투를 하자 3루 주자 김현수가 홈으로 뛰어들었다.

포수가 빠진 볼을 잡으러 간 사이 홈을 마크하던 정철원은 여유 있게 김현수를 태그아웃시켰다.

승부가 걸린 절호의 기회에서 그것도 정철원에게 횡사한 김현수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경기후, 정철원과 김현수가 사과를 주고 받고 있다.
이후 가르시아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정철원은 모든 걸 벗어던진 듯 양손을 벌려 포효했다.

위기를 넘긴 정철원은 9회까지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친구 곽빈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경기 후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도열할 때 정철원은 김현수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대선배에게 굽힐 수 없었던 모습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였다. 김현수 역시 손을 들어 정철원을 다독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승부욕이 과열돼 일어났던 신경전은 그날로 잊자는 야구 선후배의 모습이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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