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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한 고개를 넘지 못했다.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LG는 올시즌 87승2무55패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우승팀인 SSG 랜더스(88승4무52패)보다 1승이 적었을 뿐이다. LG의 역대 한시즌 최다승 기록이다.
평균자책점 3.33으로 1위, 521실점으로 최소 실점 1위로 최강의 마운드를 자랑했다. 지난해 '물방망이'였던 타선도 강해졌다. 팀타율 2할6푼9리로 3위를 기록했고, 안타(1325개), 득점(715점) 홈런(118개)도 3위에 올랐다. 외국인 타자들이 부진한 상황에서 국내 타자들로만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선발이 약해 불펜에 대한 의존도가 있었지만 불펜진 모두가 부상없이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기대한 성적을 이뤄냈다. 정우영과 김진성이 67경기씩을 등판했고, 이정용이 65경기, 진해수가 64경기, 고우석이 61경기, 김대유가 59경기 등 6명의 필승조가 50경기 이상 마운드에 섰지만 부상 이탈이 없었다.
야수 역시 마찬가지다. 주전들이 시즌 최종전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뛰면서 건강한 시즌을 보냈다.
그만큼 LG의 선수 체력, 부상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졌다는 얘기다. 다른 팀에서 나오는 부상 이슈가 LG엔 없었다.
부상없이 뛰니 기록이 따라왔다. 케이시 켈리가 16승으로 다승왕에 올랐고, 고우석이 42세이브로 세이브왕, 정우영이 35홀드로 홀드왕에 오르며 2014년 넥센(밴헤켄-손승락-한현희)이후 역사상 두번째로 다승-세이브-홀드를 한 팀에서 가져가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타격에서도 오지환이 홈런 4위(25개), 김현수가 타점 3위(106점), 박해민이 득점 2위(97점), 홍창기가 출루율 5위(0.390)에 오르며 각 부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2022시즌은 후에 LG의 역사에서 큰 변곡점이된 시즌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마운드에서 LG를 이끌어갈 유망주들이 대거 발굴됐다. 이민호는 데뷔 3년째에 드디어 12승으로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고, 김윤식은 대체선발로 시작해 5선발 자리를 꿰차며 8승을 거둬 새로운 왼손 에이스의 가능성을 보였다.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닦은 김영준 이지강 강효종 등이 시즌 막판 선발 등판해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고, 상무에서 뛰고 있는 이상영은 U-23 월드컵 대회에서 에이스로서 호투를 펼치며 복귀를 기다리게 했다.
타선에서도 문보경이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찼고, 문성주와 이재원도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기존 LG를 이끌었던 베테랑들의 뒤를 이을 선수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LG는 이제 국내 선수들로만 봤을 땐 최고 수준의 뎁스를 자랑하는 팀이 됐다. 외국인 선수도 투수 쪽에선 켈리와 아담 플럿코가 확실한 원투 펀치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외국인 타자만 해결된다면 훨씬 더 강한 팀이 만들어질 수 있다.
류지현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서 이뤄낸 결과물들이다. 그동안 LG가 꿈꿨던 '항상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는 강팀'이 2년 동안 만들어졌다. LG는 2년 동안 159승16무113패로 승률 5할8푼5리를 기록했다. 최다승과 최고 승률을 기록한 것. 지난해 통합 우승팀인 KT 위즈가 4위로 내려앉고, 2위 삼성 라이온즈가 8위로 떨어졌지만 LG는 올시즌 내내 1위를 다퉜다.
플레이오프 탈락만으로 LG에게 2022년이 실패한 시즌으로 기억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젠 어느 팀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강팀의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