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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야구 감독은 흔히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리지만, 차원이 다르다.
올해 LG는 87승2무55패로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승률이 6할1푼5리에 달한다. 21세기 들어 LG보다 좋은 승률을 기록한 '우승팀'은 단 8팀에 불과하다. 올해 LG보다 성적이 나쁜 정규시즌 우승팀이 14팀이나 된다. 6할1푼5리의 승률은 '왕조' 시대의 SK도 2번, 삼성도 1번밖에 넘지 못한 벽이다.
주어진 시간은 단 2년. 첫 해는 정규시즌 3위 후 '가을 귀신'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했다. 올해는 눈부신 성적을 냈지만, 하필 역대급 투자를 쏟아낸 SSG 랜더스가 있어 1위를 내줬다. 그래도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물오른 키움 히어로즈에 의해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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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LG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스타였고, 코치 생활 내내 LG에만 몸담았다. 그보다 이 팀을 잘 아는 사령탑이 있을까. 하지만 그렇게 쌓인 29년의 무게도 '까임방지권'이 되진 못했다.
올해 개막 기준 10개 구단 중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한 5개팀 중 3팀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시즌 중 경질 후 감독 대행이 그대로 지휘봉을 잡았고, 두산 베어스는 사실상 '예고된 교체'였다. 나머지 2팀은 외국인 감독이다.
반면 류지현 감독은 가을야구에 오른 5개 팀 중 처음으로 바뀌는 사령탑이 됐다.
다음 감독에게 주어진 미션은 오직 우승, 최소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이쯤되면 성배보다는 말 그대로 '독배'에 가깝다. 독이 때론 몸에 약이 될수도 있다는 확률을 믿어야할 지경이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 29년동안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떠나게 됐습니다. LG 트윈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승 약속 지키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2년, 그 이상의 인내심은 무리였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2001년 이후 올해 LG보다 더 좋은 정규시즌 성적을 거둔 우승팀(8팀)
2002 삼성(0.636)
2008 SK(0.659)
2010 SK(0.632)
2014 삼성(0.624)
2016 두산(0.650)
2018 두산(0.646)
2019 두산(0.615)
2022 SSG(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