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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들은 대박 꿈 꾸는데…찬바람 부는 투수 시장, 깜짝계약 가능성은[SC초점]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11-14 20:35 | 최종수정 2022-11-15 06:25


◇카움 한현희.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빈익빈 부익부'.

스토브리그 때마다 들려오는 말이다. 모두가 대박을 꿈꾸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와 그늘에 가린 이의 명암은 매년 엇갈려 왔다.

일찌감치 '안방마님 잔치'가 예상됐던 이번 스토브리그도 예외는 아니다. 대어급으로 꼽히는 양의지(35·NC) 박동원(32·KIA) 유강남(30·LG)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풍분이 떠돈지도 오래다. 포수 외에도 일부 야수를 중심으로 쏠쏠한 계약이 점쳐지는 상황. 이런 야수들의 훈훈한 분위기와 달리 투수를 향한 언급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자격을 얻는 투수는 총 12명이다. 소속팀 연봉 순위 3위 이내, 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내로 A등급으로 분류된 투수는 한현희(29·키움)와 심창민(29)이다. B등급(소속팀 연봉 순위 4~10위, 전체 31~60위)에는 정찬헌(32·키움) 임찬규(29·이상 LG) 이재학(32) 장원준(37·두산)이 이름을 올렸고, C등급(구단 연봉 순위 11위 이하, 전체 61위 이하 및 35세 이상 신규 자격)엔 이태양(32·SSG) 김진성(37) 원종현(35·이상 NC) 김대우(33·삼성) 강윤구(32·롯데) 장시환(35·한화)이 포함됐다. 보상 선수와 전년도 연봉 200~300%의 보상금이 발생하는 A, B등급엔 선발 자원들이 대부분 포함됐고, 전해 연봉 150% 보상금만 지불하면 되는 C등급엔 베테랑 불펜 투수들이 다수다.

가장 주목 받는 투수는 한현희다. 지난해 전반기까지만 해도 한현희는 FA 신청시 '최대어'로 분류될 것이란 예상이 다수였다. 그러나 2021시즌 전반기 막판 원정 숙소 이탈 및 술판 가담이 적발돼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올해 스프링캠프에선 훈련 중 발목을 다쳐 한동안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해 성적은 21경기 77⅔이닝 6승4패, 평균자책점 4.75. KBO리그 통산 성적 65승43패8세이브105홀드, 평균자책점 4.26인 우완 사이드암 선발 자원이기는 하지만, FA자격 취득 전 행보나 경기력을 보면 이번 시장에서 '대박'을 꿈꿀 처지라 보긴 어렵다.

또다른 A등급 심창민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삼성에서 NC로 트레이드된 심창민은 개막 한 달여 간 11경기 6⅓이닝 1승2패, 평균자책점 14.21에 그쳤다. 5월 중순 이후 1군 엔트리에서 자취를 감췄고, 그대로 시즌을 마쳤다. 2012년 1군 데뷔 후 지난해까지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이닝을 던졌던 그에겐 안식년이라고 여길 수도 있으나, 내용과 결과 모두 심각하게 좋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B등급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찬헌은 20경기 87⅓이닝 5승6패, 평균자책점 5.36이었고, 임찬규는 23경기 103⅔이닝 6승11패, 평균자책점 5.04였다. 두 선수 부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여파가 올해도 이어졌다. 이재학(26경기 91이닝 3승8패, 평균자책점 4.75)도 시즌 내내 인상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최근 수 년간 부진을 이어왔던 장원준은 올해 27경기 17이닝 1패6홀드, 평균자책점 3.71로 그나마 나아졌으나, 인상적인 활약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C등급에선 올해 SSG에서 선발과 불펜을 분주히 오갔던 이태양과 한화에서 마무리 보직을 맡았던 장시환의 이름이 눈에 띈다. 김대우 강윤구는 부상과 부진, 김진성과 원종현은 적지 않은 나이와 예전만 못한 기량이 걸린다.


FA계약은 단순 기록만으로 금액이 산출되지 않는다. 계약 후 서비스타임과 중장기적 팀 전력 발전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다. 전년도 부진했으나 적은 이닝 소화로 향후 활약이 기대되거나, 보직에 따라 활약이 달라지기도 한다. '보상'이라는 리스크가 적은 등급에 시선이 쏠릴 수도 있다. 하지만 원소속팀과 협상 난항, 선발-불펜 불안에 시달려온 팀 사정 등 여러 요소가 결합돼 '깜짝 계약'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대부분의 시선이 야수 쪽에 쏠려 있지만, 투수 쪽에서 의외의 계약이 나올 가능성도 있는 이유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FA자격을 신청한 투수는 총 34명이다. 이 중 7명이 타팀 이적을 택했고, 27명은 원소속팀에 잔류했다. 최대 계약 규모는 올해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국내로 복귀, 친정팀 KIA와 FA계약한 양현종의 4년 총액 103억원이었다. 타팀 이척 최고액은 2017년 삼성에서 LG로 건너간 차우찬의 4년 총액 95억원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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