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당사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자 압박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팬들에게는 모처럼 스토리가 있는 빅매치였다. 큰 볼거리였다.
경기 결과는 양현종, 그러니까 KIA의 승리였다. 양현종이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KIA가 3대0으로 이겼다. 김광현은 6이닝 3실점으로 준수한 투구를 했지만 타선의 침묵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경기 후에 만난 양현종은 "나는 상대 투수가 아닌, 상대 타자와 싸운다. 상대 투수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래도 내심 부담이 적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양현종은 "아마 앞으로 다시 맞대결을 하기 어려울텐데, 맞대결 안하고 싶다. 광현이도 이기고 나도 이겼으면 좋겠다. 고교 시절부터 라이벌이라고 이야기 하시지만, 이제는 우리도 나이를 먹고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입장이다. 친구이자 야구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두 사람은 팬들에게 모처럼 스토리가 있는 경기를 선물했다. 촉망받는 신인으로 시작해 성장 과정을 거쳤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다시 팀에 돌아왔고, 야구 인생 2막을 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온 팬들에게 두 사람이 번갈아 한 마운드에 서는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자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는 사실은 잊지 않아야 한다.
이날 광주 경기는 평일인 화요일 야간에 열렸지만 9000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찾았다. 응원석 주위 좌석들은 가득 차 있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중계 영상에도 동시 접속 인원이 최대 10만명에 육박할만큼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만큼 팬들은, 또 KBO리그는 '에이스'들이 써내려가는 역사를 지켜보고싶어 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양현종과 김광현의 뒤를 이을 상징적인 '에이스'의 탄생에 굶주려 있다. '후계자'로 불리는 투수들이 두사람만큼의 스토리를 쓰면서 성장해주길 기다리는 이유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