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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그라운드에서 심판진과 사령탑 간 대치는 흔한 풍경이다.
심판진과 계속 대립해봐야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감독들은 어필에 다음날 취재진의 질문에 "확인 차원이었다"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려고 한다.
하지만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달랐다.
수베로 감독은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 앞서 전날인 9일 경기 9회초 격한 어필의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설명했다.
그는 "공 하나 때문이 절대 아니었다. 수년간, 어제 경기 초반부터 쌓이고 쌓인 의문점이 확신으로 변해 내 의견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불리하게 느껴졌던 심판 판정에 대한 작심발언인 셈.
수베로 감독은 "뷰캐넌 처럼 제구가 좋은 투수에게 상하 좌우를 다 넓게 주면 열심히 준비하는 우리 타자들에게는 먼 공을 대처하기 힘들다. 흐름이 끊기는 부분도 있다. 선수를 대변하는 감독으로서 의견을 제시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김기중의 높은 존 커브가 볼로 판정받으면서 선수가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선수의 입장을 대변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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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필 직후 후속타자 강민호의 초구 만루 홈런이 터졌다. 1-9. 경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이 정도 격한 항의와 가감 없는 격정의 심정토로는 분명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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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좋아질 것도 없다는 판단 하에 던진 승부수. '더는 참지 않겠다'는 수베로 감독 식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현역 감독과 심판진의 보기 드문 갈등 양상.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날 해설을 맡은 정민철 전 한화 단장은 "분명한 사실은 스트라이크 존은 심판의 고유 영역이라는 점"이라며 어필 대상이 아니라는 원론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