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23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KIA 김종국 감독이 4회초 1사후 황대인의 삼진 판정에 대해 어필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5.23/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또 그 심판이네.
구심과 타자간의 신경전이 또 벌어졌다. 같은 심판에게서 비슷한 문제가 자꾸 발생하니, 선수들 뿐 아니라 팬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KIA 타이거즈 황대인은 2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퇴장을 당했다. 황대인은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몸쪽 깊은 공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며 배트를 배터박스 옆에 내려놨다. 구심이던 이영재 심판은 황대인에게 배트를 가져가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황대인이 못들었는지, 들었는데 무시한 것인지 그냥 더그아웃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 심판은 기다렸다는 듯 퇴장을 선언했다. 황대인의 생애 첫 퇴장이자, 이번 시즌 헤드샷 제외 첫 선수 퇴장이었다.
앞선 타석부터 조짐이 보였다. 2회 첫 타석에서도 몸쪽 깊은쪽 코스에 삼진을 당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석 초구도 몸쪽으로 들어왔다. 황대인은 상대 포수 최재훈에게 들어왔느냐고 확인을 했는데, 사실 이 모습 자체가 판정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그런데 마지막 공은 이전 공들보다 더 빠져 들어왔다.
스트라이크존은 심판 고유 권한. 마지막 공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 다만, 퇴장 조치를 내리기까지의 과정이 아쉬웠다. 마치 불만있어 보이는 선수에게 엄한 판정을 하고, 그가 불만을 표출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퇴장을 선언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황대인이 소리를 치거나 욕설을 하며 항의한 것도 아니고, 배트를 패대기 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배트를 내려놓고 들어갔다. 물론, 이 심판 입장에서는 이 모습도 자신에 대한 불신의 표시라며 기분 나빴을 수 있다. 그러나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항의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삼진을 당한 타자가 무조건 방망이를 들고 들어가라는 규칙도 없다. 이 심판이 배트보이를 불러 방망이를 치우게 하고, 정 불편했다면 KIA 벤치쪽에 경고 정도를 주는 게 어땠을까. 지난달 29일 LG 트윈스 오지환이 삼진 판정 후 방망이를 두 동강이 내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심판진들임을 감안하면, 황대인에게는 너무 가혹했다.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8회말 무사 강민호의 뜬공을 놓친 황대인이 아쉬워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5.16/
이 심판의 입장도 있을 것이다. 이미 롯데 자이언츠-KT 위즈전 중대 실수로 무기한 2군 강등 징계를 받았었다. 조용히 1달 만에 복귀했다. 문제는 올라오자마자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와 더그아웃 앞에서 감정 싸움을 벌인 것이다. 당시에도 몸쪽 공 판정에 불만을 표시한 전준우였는데, 이 심판은 자신의 권위를 잃지 않으려는 듯 전준우와 싸움을 벌였다.
그 때 많은 질타를 받았던 이 심판인데, 비슷한 상황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심판 권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황대인의 퇴장으로 연결됐다.
물론 황대인도 100% 잘한 건 아니다.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했다. 다만, 같은 심판에게서 이런 문제가 반복돼 발생한다면 이는 KBO리그 심판진에 대한 전체 신뢰 문제로 연결된다. 이 심판은 그동안 가장 정확한 스트라이크존 판정으로 현장의 호평을 받았던 심판이기에 더욱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