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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의 코멘트에서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이 생각났다.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요,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뜻이다.
1사후 추신수에게 좌전안타, 2번 최지훈에게 우중간 안타를 허용해 1,2루의 위기. 3번 최정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연속 볼 4개를 던져 볼넷을 내줘 만루가 됐고, 4번 에레디아에게 던진 초구 145㎞의 투심이 우전안타가 되며 1실점, 이어 5번 최주환에겐 1B2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5구째 147㎞의 투심이 얻어맞아 중전안타가 되며 2실점으로 3-3 동점이 되고 말았다. 결국 김진성으로 교체. 김진성이 박성한에게 초구에 우전안타를 허용해 1실점해 3-4 역전이 됐으나 이후 한유섬과 김성현을 범타처리하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LG는 6회말 곧바로 4점을 뽑아 재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10대4로 승리했으나 켈리의 6회초 갑작스런 부진이 아쉬웠다.
염 감독은 6회초 최정을 상대로 볼넷을 준 부분을 콕 집었다. 염 감독은 "최정에게 안타를 안맞으려고 피하다가 결국 볼넷을 내준 것이 화근이 됐다"라면서 "정면 승부를 해서 맞았어야 했다"라고 했다. 염감독은 "주자를 모아주지 말아야했다"면서 "3점을 리드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안맞으려고 하다가 그렇게 됐다. 줄 점수는 준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면 병살을 유도하거나 플라이로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점수를 안주려고 욕심을 내다가 코너 코너로 던지려다 볼넷을 주고 말았다"라고 했다.
17일 더블헤더 2차전 선발인 임찬규도 마찬가지. 임찬규는 시즌 초반 롱릴리프로 출발했다가 대체 선발로 나서 국내 에이스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최근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염 감독은 임찬규에 대해서도 "잘하려고 해서 그렇다"라고 했다. 그리고 17일 경기 중에 임찬규에게 그 말을 직접 했다. 임찬규는 이날 2차전서 1회초와 3회초 만루의 위기속에 1실점씩을 하며 어려움을 겪었으나 4,5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5이닝 6안타 2실점을 기록했고, 타선의 도움을 받아 승리 투수가 됐다. 임찬규는 경기후 "3회가 끝나고 감독님께서 시즌 초반과 다르게 (팀의 승패와 기록 등) 숫자들이 보이니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홈런을 맞고 안타를 맞아도 좋으니 다른 것에 신경쓰지 말고 가운데로 던진다고 생각하고 던져라고 하셨는데 신기하게도 제구가 맞기 시작했다. 덕분에 4,5회를 잘 던진것 같다"라고 말했다.
LG는 29년만에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들까지 한마음이다. 그 마음이 너무나 큰 것이 오히려 플레이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우승이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염 감독은 맞아도 된다는 마음으로 자신있게 자신의 스타일로 던지고, 죽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자신있게 자신의 스타일로 치기를 선수들에게 바라고 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