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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생각보다 막 떨리진 않는데…이젠 끓어올라야죠. 날 기다렸다, 돌아와줘서 고맙다는 말이 뭉클했어요."
롯데 불펜의 터줏대감 구승민의 2013년 드래프트 동기다. 하지만 구승민은 가을야구 경험이 없다. 2017년 당시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를 마치고 9월 하순 뒤늦게 제대했기 때문.
반면 박진형은 롯데의 2017년을 불태웠던 남자다. 불펜 조정훈, 마무리 손승락과 함께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전반기까진 선발이었지만, 후반기 불펜으로 이동해 특급 셋업맨으로 변신했다. 8월 한달간 17경기 18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7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9월에는 10경기에서 1승3홀드를 추가하며 평균자책점 0의 철벽투. 9월 26일 한화전에선 5타자 연속 삼진을 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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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은 5일 두산 베어스전 6회 등판했다. 2021년 9월 11일 키움전 이후 무려 937일만의 1군 복귀였다. 박계범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장승현김인태를 잇따라 삼진 처리하며 롯데팬들을 열광시켰다. 사직구장을 찾은 1만명이 넘는 관중들 앞에 화려한 복귀신고였다.
선수생활 내내 자신을 괴롭히던 발목 부상 치료를 마쳤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 야구장에서 가까운 지하철 사직역에서 복무하다보니, 유니폼 입은 롯데팬들을 보며 가슴의 울렁거림을 참을 수 없었다.
돌아오고보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3회 우승에 빛나는 명장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박진형의 마음이 새롭게 달아오르는 이유다.
박진형은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김태형 감독이 꼽은 필승조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전력투구를 하다보니 팔에 피로가 쌓였다. 개막 엔트리에 드는 대신 휴식을 취하고 뒤늦게 1군에 올라온 것.
박진형은 "(2루타는)내 욕심이 너무 과했다.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보니 실투가 나온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팬들의 연호에 "정말 감사하다. 그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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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을 돌아보며 "내가 혼자 잘한게 아니다. 선발도 잘 던지고 다 같이 잘했던 것"이라면서도 "올해도 한번 합심해서 그런 그림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이어 "전반기에 내가 망했던 걸 후반기에 치웠다는 느낌이다. 박살난 경기도 있고 좋았던 경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형이 롯데 팬들의 머릿속에 통산 커리어 대비 강렬하게 남은 이유가 있다. 매년 한번씩 '아름다운 한달'을 보여주는 투수다. 2017년 이후로도 2019년 7월(8경기 8이닝 평균자책점 1.13), 2020년 5월(12경기 9⅔이닝 1.86) 등이 눈에 띈다. 박진형은 "저도 잘 알고 있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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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복귀전을 치른 뒤 축하 연락이 쏟아졌다. 팬들 역시 '기다렸다', '축하한다'는 인사를 쏟아냈다고. 박진형은 "시범경기를 던졌다보니 나 자신은 (정규시즌에 대한)특별한 감흥이 없었는데, 937일만의 복귀전이라고 하고, 축하해주시니 뭉클했다"며 웃었다.
"항상 중요한 순간에 나가니까,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그런 기분이 있었다. 그 끓어오르는 느낌을 다시 찾고 싶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