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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왔던 길, 도움 된다면..." 천재 향한 신뢰와 기대, 레전드 3루수 '특훈'으로 시너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4-06-08 05:00


"내가 걸어왔던 길, 도움 된다면..." 천재 향한 신뢰와 기대, 레전드…
5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 KIA 이범호 감독이 김도영의 수비 훈련에 함께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6.05/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재능은 입증됐다. 하지만 여전히 다듬어야 할 '원석'에 가깝다.

KIA 타이거즈 3루수 김도영(21)의 현주소다. 데뷔 2년차인 지난해 부상으로 2달 넘게 시즌을 출발했음에도 3할-100안타 고지에 오르면서 천재성을 입증했다. 시즌을 마친 뒤 출전한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의 부상 여파로 올 시즌 출발도 좋지 않았지만, 곧 제자리를 찾아갔다. 올 시즌 김도영은 KIA의 풀타임 주전 3루수다.

올 시즌에도 타격 면에서 손색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4일까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2.18로 리그 전체 9위, 팀내 야수 중 1위를 기록 중인 그가 지금의 페이스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타율 3할2푼5리, 34홈런 9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6을 기록할 것이란 계산. 7점대 중반의 WAR이 따라올 것이란 예상도 따른다.


"내가 걸어왔던 길, 도움 된다면..." 천재 향한 신뢰와 기대, 레전드…
19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 KIA의 경기, 2회초 1사 1,3루 KIA 3루수 김도영이 NC 김형준의 땅볼타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4.19/
관건은 수비. 지난해 84경기에서 13개의 실책을 기록한 김도영은 올 시즌 57경기 만에 14개의 실책으로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준수한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수비 대처 능력에선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 올 초 캠프 때부터 집중적으로 수비 훈련을 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따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실책 수를 줄이고 타격에서 자신감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김도영의 활약 관건. 결국 '견고한 3루수'가 되는 게 김도영이 천재성을 이어가고 발전시키는 열쇠다.

KIA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의 3루 수비를 두고 "이제는 적응할 때다. 3시즌 간 3루를 지켰으니, 본인을 위해서라도 적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능만으로 국내 최고의 3루수라고 할 수는 없다. 3루는 국내에서 가장 잘 하는 선수들이 뛰는 포지션이다. 그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무언가 뛰어난 부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역시절 3루수였던 이 감독이었기에 김도영의 행보는 더 눈에 밟힐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프로 데뷔 5년차였던 2004년 한화에서 133경기에 나서 3할8리, 23홈런 74타점으로 본격적인 주전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그 역시 그해에만 30개의 실책을 쏟아낸 바 있다. 이후에도 이 감독은 '거포' 타이틀 뒤에 '수비'라는 숙제가 뒤따라 왔지만, 스스로 이를 극복해 나아가면서 국내 최고의 3루수로 거듭났다.


"내가 걸어왔던 길, 도움 된다면..." 천재 향한 신뢰와 기대, 레전드…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4.25/
이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을 돌아보며 "큰 대회에 한 번 다녀오니 여유가 생기더라. 프로에서 4~5년 정도 뛰니 (수비에서) 자신감도 생기고, 공격에서도 이어지더라"며 "다만 수비는 자신감만으론 안된다. 집중력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도영은 만 20세를 갓 넘긴 어린 선수다. 발전한 여지가 충분하다. 아직 어리기에 경기에 몰입하는 부분에서 성장한다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며 "지금 정도의 실책은 충분히 줄일 기량을 갖춘 선수"라고 했다. 또 "3루 수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머릿 속에 그려놓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거듭하면 좀 더 편안하게 실전에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박)찬호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지만, 언젠가 김도영 스스로 풀어가며 성장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걸어왔던 길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김도영에게도 조금씩 알려주며 신뢰를 쌓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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