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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3점차 대추격전의 기폭제가 된 만루홈런, 이튿날 역전극의 선두에서 이끈 3안타 맹활약.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24) 이야기다. 2019년 2차 1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을 때 이미 뜨거운 기대를 받던 확실한 재능픽이었다.
한동희(25)와 더불어 리그에서 가장 빠른 타구를 날리는 듀오로 유명했다. 2년차인 2020년 군입대를 선택, 빠르게 병역을 해결한 점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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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마무리캠프부터 2루수 훈련을 병행했다. 수년간 툴가이의 외야수 변신을 노크해온 터라, 팀내에 내야수 출신인 젊은 외야수는 고승민 외에도 여럿 있다. 선수 본인은 불만이 있을 법도 했지만, 묵묵히 훈련에 열중했다. 모처럼 자기 자리에 돌아온 기쁨이었을까.
고승민이 올시즌 빛을 발한 뒤에야 김태형 롯데 감독은 슬며시 감춰뒀던 속내를 전했다. 고승민을 꼭 쓰고 싶었던 그의 진심이었다.
"주전 2루수를 맡길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머리 싸매고 생각해도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김광수 (벤치)코치가 '고승민 2루 한번 박고 써보시죠. 괜찮던데'라고 추천하더라. 그만 해도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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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역 시절 도루왕이자 명2루수였던 김광수 코치는 고승민의 재능과 운동신경이면 2루도 문제없다고 꿰뚫어본 것. 김태형 감독은 "지금 2루 수비는 10개 구단 전체에서 거의 톱니다. 정말 부드럽다. 깜짝 놀랐다"며 극찬을 거듭했다. "그때 고승민 2루 훈련 안시켜뒀으면 정말, 감독이 정말 잘한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클린업트리오의 한 축으로 뛸 만큼 타격에서의 활약상도 대단하다. 15대15로 비긴 첫날 2안타 6타점을 몰아쳤다. 그 6타점이 7-14로 따라가는 만루포, 그리고 14-14 동점을 만든 2타점 적시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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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만난 고승민은 슬라이딩 과정에서 다친 손가락에 대해서도 "괜찮다"며 웃었다. 13점차를 따라붙은 첫날 경기에 대해선 "만루포 치고도 이길 것 같지 않았는데, 아무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정말 만족스러운 경기"라며 웃었다.
서두르지 않는게 비결이었다. 고승민은 "우리끼리 '하나하나 작전'이라고 하는데, 타자들이 각자 역할을 다 잘한다. 단숨에 역전하려고 욕심내지 않고 번트 대고, 진루타 쳐주고, 희생플라이 치고, 1점1점 따라가니까 일단 1점 내기도 쉽고, 그러다보면 뒤집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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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