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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아찔한 추억 → 쓰디쓴 현실…'벌써 3번째 유니폼' 24세 영건은 욕심을 버렸다 [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5-06-04 19:39 | 최종수정 2025-06-05 06:51


'160㎞' 아찔한 추억 → 쓰디쓴 현실…'벌써 3번째 유니폼' 24세 …
키움 이강준. 김영록 기자

'160㎞' 아찔한 추억 → 쓰디쓴 현실…'벌써 3번째 유니폼' 24세 …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SSG의 경기. 키움 이강준.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30/

'160㎞' 아찔한 추억 → 쓰디쓴 현실…'벌써 3번째 유니폼' 24세 …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키움의 시범경기, 마운드에 오른 키움 이강준.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3.18/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투수는 공이 빨라야하는 포지션이 아니고 점수를 안줘야하는 포지션이다. 160㎞ 직구를 던지고 싶다는 욕심 같은 건 없다."

지난해 퓨처스 최고의 화제였다. 올스타전에서 158㎞, 10월 KIA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에선 160㎞(이상 전광판 기준)를 찍었다.

이강준(24)이 전 소속팀 롯데, 현 소속팀 키움 뿐 아니라 리그 전체의 뜨거운 주목을 받은 순간이었다.

프로야구의 로망중 하나인 '고속 사이드암', 그것도 투심 패스트볼이 150㎞를 넘나드는 투수는 LG 트윈스 정우영을 비롯해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올해부터 당장 필승조의 한 축으로 활약할 듯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내 냉혹한 현실에 맞닥뜨렸다. 이강준은 시즌초 15경기에 등판, 13⅓이닝을 소화하며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6.08로 부진한 끝에 5월 중순 1군에서 말소됐다.

실점 수를 떠나 경기 내용도 최악이었다. 당시 허용 OPS(출루율+장타율)가 무려 0.940이었다. 리그 OPS 6위에 해당하는 성적. 거칠게 말하자면 리그 평균 수준의 타자가 이강준만 만나면 양의지(OPS 0.893)나 김성윤(0.929), 박동원(0.951)급으로 변신한다는 뜻이다.

결국 퓨처스(2군)를 다녀오는 신세가 됐다. 2군 조정기를 거친 뒤론 9경기 7⅓이닝,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68로 한결 나아진 모습. 특히 최근 5경기 5이닝 연속 무실점이다. 최고 156㎞에 달하는 투심과 약 20㎞ 차이가 나는 슬라이더의 조합은 여전히 매력만점이다.


'160㎞' 아찔한 추억 → 쓰디쓴 현실…'벌써 3번째 유니폼' 24세 …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SSG의 경기. 키움 이강준.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30/
설악고 출신 이강준은 2020년 2차 3라운드(전체 22번)에 KT에 입단했다. 이강철 감독이 아끼던 인재였지만, 이후 오윤석-김준태와의 1대2 트레이드로 롯데로 이적했다.


폭발적인 구속에 비해 좋지 못한 제구로 인해 고전했다. 트레이드 상대인 두 타자는 KT의 빈틈을 메우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한 반면, 이강준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팬 여론도 흔들렸다. 트레이드를 추진한 성민규 전 단장에 대한 성토가 이강준에게 이어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군복무중 롯데가 FA 한현희를 영입하면서 보상선수로 히어로즈의 일원이 됐다. 데뷔 6년만에 벌써 3번째 유니폼이다.

유망주가 가득한 젊은팀 키움의 이미지와 잘 맞는 선수. 아직까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강준은 "캠프 때부터 너무 많은 기대를 받다보니 나도 모르게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몸에 전체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내 공을 던지지 못했고, 마음만 급했다"며 스스로를 반성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주로 '최고참' 원종현이나 팀내 투수진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하영민에게 상담한다고. 이강준은 "원종현 선배님이 '앞으로 네가 나가서 막을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앞으로 잘하면 된다. 지금부터 집중하라'는 얘길 해주셨다"고 돌아봤다.

이강준은 "올시즌은 부상없이 한 시즌을 풀로 뛰는 것 자체가 목표다. 구속 욕심보다는 내 공을 던지기 위해 집중할 뿐"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160㎞' 아찔한 추억 → 쓰디쓴 현실…'벌써 3번째 유니폼' 24세 …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키움의 시범경기, 키움 이강준이 역투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3.18/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강준은 사실 상무에서 보여준 직구 구속이 이슈가 돼 유명해진 케이스다. 그 이전에 쌓아놓은 자산이 없다. 퓨처스와 1군은 분위기부터 상대하는 선수들의 레벨까지 전혀 다른 무대"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아직까진 1군 무대에서의 경험을 쌓아가는 시기다. 우리팀은 패한 경기가 많지만, 이강준은 분명히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면서 "결국 승리, 패배 같은 결과보다는 이강준이란 선수가 1군 마운드에서 평정심을 갖고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 최근 모습은 확실히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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