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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또 폭주' 허슬두 가장 진심이었던 푸른 눈의 사나이…감격 끝내기 승리 이끌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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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06 01:50 | 최종수정 2025-06-06 03:22


'폭주 또 폭주' 허슬두 가장 진심이었던 푸른 눈의 사나이…감격 끝내기 …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0회말 2사 1,3루 두산 김민석이 끝내기 안타 때 케이브가 홈을 파고들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5/

'폭주 또 폭주' 허슬두 가장 진심이었던 푸른 눈의 사나이…감격 끝내기 …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0회말 1사 두산 케이브가 안타를 날린 뒤 2루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5/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허슬두의 의미를 알지 못하면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조성환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이 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한 말이다. 지난 2일 이승엽 전 감독이 9위를 전전하는 팀 성적에 책임지고 자진 사퇴한 가운데 조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어수선한 팀 분위기 수습, 그리고 팀 컬러 회복이었다. 조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허슬두'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에너지 넘치는 두산다운 야구를 강조했다.

조 감독대행은 "허슬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포기하지 말아야 하고, 끈끈해야 하고, 우리끼리 하나가 돼서 쉽게 볼 수 없는 팀이 돼야 한다. 허슬두의 의미를 알지 못하면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팬들에게 지금 당장 이기기 힘들다 해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승리는 약속 못 하지만 허슬두는 약속드리자고 했다"고 힘줘 말했다.

지긋지긋했던 4연패의 늪에서 벗어난 날. 두산은 비로소 허슬두를 외칠 수 있었다. 두산은 5일 잠실 KIA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대1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팽팽한 한 점 승부에서 KIA 구단 역대 최다 세이브를 자랑하는 마무리투수 정해영에게 김민석이 끝내기 안타를 뺏으며 잠실야구장을 두산 팬들의 축제의 장으로 바꿨다.

허슬두 정신을 깨운 건 푸른 눈의 사나이 제이크 케이브였다. 케이브는 2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둘렀는데, 출루하면 어떻게든 한 베이스 더 갈 기회를 노리며 투지를 불태웠다.

케이브는 1회부터 미친 듯이 뛰었다. 선두타자 정수빈이 사구로 출루한 상황. 케이브는 우전 안타를 날린 뒤 지체없이 2루로 달렸다. 한 베이스 더 가려는 의욕이 대단했는데, KIA 우익수 최원준이 유격수 박찬호에게 정확히 송구해 케이브를 아웃시켰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으나 비디오판독 결과 박찬호의 태그가 더 빨랐다. 무사 2, 3루를 기대했으나 1사 3루로 바뀌었고, 양의지의 유격수 땅볼 타점으로 1-0 선취점을 뽑는 데 만족해야 했다.


'폭주 또 폭주' 허슬두 가장 진심이었던 푸른 눈의 사나이…감격 끝내기 …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0회말 1사 두산 케이브가 안타를 날린 뒤 2루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5/

'폭주 또 폭주' 허슬두 가장 진심이었던 푸른 눈의 사나이…감격 끝내기 …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0회말 2사 1,3루 두산 김민석이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5/

'폭주 또 폭주' 허슬두 가장 진심이었던 푸른 눈의 사나이…감격 끝내기 …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0회말 2사 1,3루 두산 김민석 끝내기 안타로 승리한 양의지가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5/
1-1 팽팽한 균형이 깨지지 않은 채 맞이한 연장 10회말. 케이브는 1사 후 좌중간 2루타를 날렸다. 1회와 마찬가지로 2루까지 넉넉히 들어갈 수 있는 장타 코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케이브는 앞선 실패는 상관없다는 듯이 2루까지 전력으로 달렸다. 1회와 같은 실패는 피하기 위해 2루 베이스 왼쪽으로 치우치게 몸을 돌려 태그되지 않도록 들어가는 센스까지 발휘하며 기어코 2루타를 완성했다.

케이브의 이 허슬플레이가 결국 승패를 갈랐다. 다음 타자 양의지가 3루수 땅볼 포구 실책으로 출루하는 행운이 따르기도 했는데, 케이브가 1루주자였다면 1사 1, 2루가 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김재환은 헛스윙 삼진. 결국 2사 후에 김민석이 정해영의 초구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이때도 그리 깊지 않은 타구에 케이브는 홈까지 한번 더 미친 듯이 질주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며 결승 득점을 기록했다.


넉넉한 점수를 뽑진 못했지만, 조 감독대행이 선수들에게 주문한 야구가 현실이 된 첫 경기였다. 케이브와 양의지, 정수빈 등 주축 타자들이 한 점을 뽑는 상황에 기여하고, 김민석(2안타) 박준순(2안타) 김동준(1안타) 등 두산의 미래들이 분위기를 살렸다.

투수진도 마찬가지. 최원준이 5⅓이닝 1실점 호투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고효준(⅔이닝)-최지강(1이닝)-이영하(⅓이닝)-박치국(⅔이닝)-김택연(2이닝)이 무실점 투구를 이어 가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부침을 겪다 다시 마무리로 돌아온 김택연은 2이닝을 완벽히 틀어막은 뒤 포효하기도 했다.

두산이 한 경기 승리에 기뻐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조 감독대행이 허슬두를 강조하고 3경기 만에 큰 변화를 확인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두산을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던 팬들이 다시 환호와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폭주 또 폭주' 허슬두 가장 진심이었던 푸른 눈의 사나이…감격 끝내기 …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0회말 2사 1,3루 두산 김민석 끝내기 안타로 연패를 끊은 조성환 감독이 물세례를 받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5/

'폭주 또 폭주' 허슬두 가장 진심이었던 푸른 눈의 사나이…감격 끝내기 …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0회말 2사 1,3루 두산 김민석 끝내기 안타로 연패를 끊은 조성환 감독이 물세례를 받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05/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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