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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는 왜 휴대폰에 '0.179'를 메모해놨나? 4할과 트리플크라운 향해 질주..."그는 매년 발전하고 있다" 옛 동료

노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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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10 10:30


저지는 왜 휴대폰에 '0.179'를 메모해놨나? 4할과 트리플크라운 향해…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지난 9일(한국시각)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1회말 투런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AFP연합뉴스

저지는 왜 휴대폰에 '0.179'를 메모해놨나? 4할과 트리플크라운 향해…
양키스 애런 저지가는 4할 타율에 도전 중이다. Imagn Images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트리플크라운을 향해 맹질주하고 있다.

저지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두 방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4타점 3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개인 타이틀 각 지표를 대폭 끌어올렸다.

저지는 1회말 무사 1루 첫 타석에서 보스턴 루키 선발 헌터 도빈스의 초구 97.5마일 바깥쪽 직구를 그대로 밀어쳐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겼다. 비거리 436피트의 대형 아치였다. 도빈스가 보스턴 헤랄드를 통해 "양키스와 계약하느니 차라리 은퇴하겠다"고 도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제대로 혼쭐을 낸 것이다.

저지는 5-11로 뒤진 9회말 1사 1루서도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번에는 우완 로버트 스톡의 96.8마일 직구를 밀어쳐 우중간 펜스를 넘겼다. 시즌 22, 23호 홈런을 기록한 저지는 이 부문서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와 양 리그 공동 2위로 올라섰다. 1위인 시애틀 매리너스 칼 롤리(26개)와는 3개 차이다.

사실 홈런보다 더 관심이 쏠리는 부문은 타율이다. 이날 현재 저지는 타율 0.396(240타수 95안타)를 기록 중이다. 2위 애슬레틱스 유격수 제이콥 윌슨(0.372)보다 2푼4리가 높다.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 수많은 천재적 타자들이 4할에 도전했다 실패했지만, 현존 최고의 홈런 타자가 윌리엄스가 쌓은 탑에 근접했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이다.


저지는 왜 휴대폰에 '0.179'를 메모해놨나? 4할과 트리플크라운 향해…
애런 저지가 지난 9일(한국시각) 보스턴과의 홈경기에서 1회 우중월 투런포를 날리고 힘차게 베이스를 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저지가 올시즌 가장 최근 4할을 찍은 것은 지난달 22일이다. 이후 3할9푼대로 떨어지고 0.387까지 하락했다가 이날 3안타를 몰아치며 4할 턱밑까지 회복한 상태다. 저지는 이미 지난 2022년 AL 한 시즌 최다인 62홈런을 때릴 때 0.311의 타율로 3할 타자 반열에 올랐고, 작년 만장일치로 MVP에 오를 때도 0.322의 타율로 이 부문 AL 3위에 올랐다.

올시즌 생애 첫 타격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도 가능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날 현재 타점은 55개로 보스턴 지명타자 라파엘 데버스(57개)에 2개차 2위다. 홈런과 타점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홈런 선두를 되찾는다면 타점 1위도 손쉽게 거머쥘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양키스 라커룸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목격됐다. 동료인 유틸리티맨 파블로 레이예스가 저지에게 다가오더니 휴대폰을 꺼내 올스타 팬 투표 화면을 띄우며 자신의 '픽'을 보여주더란다. MLB.com에 따르면 레이예스는 저지에게 "너한테 투표했어"라고 자랑했다. 저지는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고 한다. 아마도 "고마워"라고 표현한 듯하다. 레이예스는 곧이어 다른 동료들에게도 자신의 포지션별 픽을 보여줬다.


저지는 2022년과 2024년 올스타 팬 투표에서 양 리그를 합쳐 최다득표를 하며 AL 외야수로 선발출전했다. 이번 올스타 팬 투표에서도 유력한 최다득표 후보다. 양 리그를 합쳐 타율, 안타, 출루율(0.493), 장타율(0.771), OPS(1.264), 장타(42), bWAR(5.2), fWAR(5.7) 등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저지는 왜 휴대폰에 '0.179'를 메모해놨나? 4할과 트리플크라운 향해…
애런 저지는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 AL MVP를 차지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저지는 시즌 중 기록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또 분명하게 밝혔다. MLB.com 인터뷰에서 "내가 타율 0.170을 치든 0.300을 치든.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해야 할 일이 있다. 난 과거의 일은 신경쓰지 않고 현재 주어진 일에 집중한다. 주자가 나가 있으면 불러들이고, 주자가 없으면 나가려고 한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기록은 가급적 안 본다"고 밝혔다.

양키스에서 저지와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텍사스 레인저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는 MLB.com에 "4할 타율은 정말 나에겐 놀라운 일이다. 저지는 매년 나아지고 있고, 파워도 그대로다. 타율까지 좋다"라며 "저지는 데뷔 시즌에 잘 하지 못했다. 그를 화나게 한 시즌일 것인데, 이후로는 스윙폼을 완벽하게 개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싶어했다. 그는 지금도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저지는 데뷔 시즌인 2016년 27경기에서 타율 0.179를 기록했다. MLB.com은 '히가시오카는 2016년 저지의 데뷔 시즌이 어땠는지 회고했다. 저지는 아직도 자신의 휴대폰에 0.179라는 숫자를 메모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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