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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 명전' 레전드가 강화도 2군 훈련장에 왜 나타났나..."술, 친구, 이성 나도 유혹 느꼈지만" [강화 현장]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5-06-11 13:42 | 최종수정 2025-06-11 15:07


'ML 명전' 레전드가 강화도 2군 훈련장에 왜 나타났나..."술, 친구…
사진제공=SSG 랜더스

[강화=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술, 친구, 이성 등 방해 요소가 많을 거다."

어떤 사람이라도 비슷한 조언을 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누가 해주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그 효과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SSG 랜더스 퓨처스 선수들이 모여있는 경기도 강화 SSG퓨처스필드. 11일 KT 위즈와의 퓨처스 경기를 앞두고 깜짝 놀랄만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주인공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두 전설 아드리안 벨트레와 콜 해멀스.

두 레전드는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친분을 쌓은 추신수 SSG 구단주 보좌역 겸 육성 총괄의 초대로 한국을 찾았다. 두 사람은 11일, 12일 양일간 SSG 젊은 선수들의 멘토가 돼주기로 했다. 또 주말에는 인천에서 경기도 관람하고, 팬들과도 만나고, 추 보좌역의 은퇴식에도 참석한다.

오후 1시 경기라 시간이 빡빡했다. 선수들에게는 이른 아침인 8시30분부터 강당에 모였다. 약 1시간 동안 벨트레의 강연과 질의응답이 있었고, 경기 전 홈팀 훈련 때 벨트레와 해멀스가 필드로 나가 선수들에게 원포인트 레슨까지 진행했다.


'ML 명전' 레전드가 강화도 2군 훈련장에 왜 나타났나..."술, 친구…
사진제공=SSG 랜더스
설명이 필요없는 레전드 중의 레전드.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 도우미'로 한국팬들에게 친숙한 벨트레는 메이저리그 역대 31번째로 개인 통산 3000안타를 때렸고 4차례 올스타, 4차례 실버슬러거, 5차례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지난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해멀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정통파 에이스로 200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으로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으며 MVP를 수상했다.

이런 대단한 선수들이 전해주는 야구에 대한 조언이니 2군에서 꿈을 키우는 어린 선수들 뿐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베테랑 선수들까지도 귀가 쫑긋할 수밖에 없었다.

벨트레는 "미국에는 마이너리그에도 정말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모두 다 성공하지는 못한다. 끝까지 간절함,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라면 내가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있다는 것, 그 일을 하며 돈을 받는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는 영광스러운 자부심으로 항상 훈련하라"고 서두를 열었다.

벨트레는 이어 "자신만의 루틴을 가져야 한다. '나는 항상 스타팅으로 나간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준비해야 한다. 물론 방해 요소들도 많다. 술, 친구, 이성 등이 그렇다. 나도 유혹이 있었지만 현혹되지 않고, 정해진 길로 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고 운동만 했다. 프로 세계에서 선수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훈련 때 100% 힘을 쏟는지, 아닌지다"라고 진심어린 충고를 건넸다.


'ML 명전' 레전드가 강화도 2군 훈련장에 왜 나타났나..."술, 친구…
사진제공=SSG 랜더스
벨트레는 이어 "여기 있는 선수들은 1군에 올라가는 게 목표일 거고, 거기서 잘 보이는 게 또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한계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메이저리그에 가겠다는 꿈을 갖고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했다. LG 트윈스 이병규 2군감독의 아들 이승민은 "어린 선수가 실수하면 위축되고, 두렵다. 어떻게 이겨냈나"라고 질문했다. 벨트레는 "성인이 된 이상 경쟁의 세계에서 나이는 중요치 않다. 그리고 실수하고 기분이 안좋을 때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의 일부다. 가장 중요한 건 동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티 내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기에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적 실수는 안된다. 팀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ML 명전' 레전드가 강화도 2군 훈련장에 왜 나타났나..."술, 친구…
사진제공=SSG 랜더스
해멀스는 불펜에서 이제 막 프로 선수가 된 고졸 좌완 루키 김현재에게 체인지업 그립을 잡는 법부터, 던지는 법까지 자세하게 알려줬다. 사실 19세 어린 선수라 해멀스가 어떤 선수인지 잘 모를 수밖에 없는데, 김현재는 해멀스가 온다는 소식에 하루 전 그에 대한 정보와 영상 등을 찾아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김현재는 "내가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하나씩 설명해주니 너무 좋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커리어를 남긴 레전드에게 코칭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벨트레에게 직접 질문도 한 박정권 퓨처스팀 감독은 "벨트레와 같은 슈퍼스타들도 계속 절실함만 얘기한다. 나도 이 선수들을 직접 보는게 신기한데, 선수들은 어떻겠나.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강화=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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