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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없다고 울지 마세요...'하위권 추락'이라던 롯데-KIA는 '잇몸 야구'로 대박을 치고 있습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5-06-23 16:24 | 최종수정 2025-06-24 00:07


선수 없다고 울지 마세요...'하위권 추락'이라던 롯데-KIA는 '잇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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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김동혁-고승민-레이예스-전준우-정훈-김민성-한태양-정보근-전민재. 롯데 자이언츠가 22일 삼성 라이온즈와 싸울 때 선택한 선발 라인업이다. KIA는 같은 날 SSG 랜더스에 맞서 이창진-박찬호-오선우-위즈덤-고종욱-최원준-김호령-김태군-박민의 순으로 타순을 작성했다. 두 팀 모두 이겼다. 롯데 4연승, KIA 6연승.

팀들의 기세가 좋으면, 연승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 하지만 두 팀의 선발 타순을 보면 '연승을 떠나, 당장 한 경기 이기는 게 가능해?'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물론 프로 유니폼을 입은 선수라면 가진 자신만의 능력이 있다. 하지만 외부 시선에서 볼 때 분명 선수의 능력치, 이름값 등이 다르다. 롯데의 경우 고승민, 레이예스, 전준우 3명 정도만 지난 시즌까지 고정 주전 멤버들. KIA는 박찬호, 최원준, 김태군에 외국인 타자 위즈덤까지 확실한 주전으로 분류할 수 있다. 나머지 선수들은 올해 혜성처럼 나타나 주전을 꿰찼거나, 냉정하게 백업이라고 봐야하는 선수들이다.


선수 없다고 울지 마세요...'하위권 추락'이라던 롯데-KIA는 '잇몸 …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KT전. 4회초 2사 1, 2루 장두성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6.12/
단순히 한 경기 이겼다고 호들갑 떠는 게 아니다. 두 팀 모두 '잇몸 야구'를 펼친지 오래다. 롯데는 윤동희, 나승엽, 황성빈이라는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뛰지 못한지 한참 됐다. 이들의 부재 속 기회를 잡아 스타가 된 장두성도 견제구에 맞아 폐 출혈이 발생하는 불운이 있었고, 이후 손호영, 이호준까지 부상을 당하며 이탈했다. 선발 라인업조차 짜기 힘든 현실에 팀은 굳건히 3위 자리를 지키며 선두 경쟁까지 넘보고 있다.

KIA도 마찬가지다. 개막부터 '슈퍼스타' 김도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지며 팀이 휘청거렸다. 그 사이 베테랑 나성범, 김선빈이 종아리를 다치며 장기 이탈 중이다. 돌아왔던 김도영은 반대쪽 햄스트링을 다치며 다시 개점 휴업중이다. 외야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던 박정우까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졌다. 김도영을 대신해 출전하며 잠재력을 폭발시킬 조짐을 보이던 윤도현도 손가락 골절상으로 이탈했다. 최원준은 부상은 아니지만 극심한 부진으로 1, 2군을 들락날락 했다. 그런데 KIA는 이탈자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더욱 탄탄한 경기력을 뽐내며 하위권에서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약 한 달 전 8위, 지금은 4위다.


선수 없다고 울지 마세요...'하위권 추락'이라던 롯데-KIA는 '잇몸 …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삼성과 KIA의 경기. 1회초 KIA 김도영이 삼성 원태인을 상대로 선제 솔로홈런을 날렸다.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김도영.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5.25/
두 팀의 공통점이 있다. 주축 선수들 부상 소식이 터져나올 때 전망은 어두웠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중상위권 순위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올시즌, 두 팀은 단숨에 하위권으로 처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잇몸'들의 반란이 오히려 팀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상동 자이언츠', '함평 타이거즈' 돌풍의 주역들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롯데는 오래 백업으로 고생해다 주전으로 자리잡은 전민재, 장두성 등이 다른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이름값이 아닌, 선수의 실력을 1순위로 두는 김태형 감독 스타일을 아는 2군에 있는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김동혁, 한태양에 신인 박재엽, 박찬형, 한승현 등 능력 있고 열정 넘치는 신예들이 줄줄이 튀어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훈, 김민성 등 베테랑들의 분투로 신-구 조화까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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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롯데가 9대6으로 승리했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레이예스, 한승현, 김동혁의 모습.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22/
KIA는 이범호 감독의 뚝심으로 오선우라는 새로운 중심 타자를 발굴해냈다. 여기에 1군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고 낙담할 수 있었지만, 2군에서 절치부심 칼을 간 김호령, 이창진 등의 최근 반전 드라마가 인상적이다. 특히 '수비형'으로만 인식됐던 만년 백업 김호령이 최근 타격에서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니 팀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KIA 이범호 감독은 22일 SSG전 최고로 잘 치는 최형우에게 과감히 휴식을 줬다. 현재 라인업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수 없다고 울지 마세요...'하위권 추락'이라던 롯데-KIA는 '잇몸 …
환호하는 김호령.

롯데와 KIA의 최근 상승세가 KBO리그 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선수 없다고 울지 말라'는 것이다. 갈수록 아마추어 무대가 위축되고, 능력 있는 선수들 수급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선수 난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이는 결국 비이성적 선수 몸값 폭등 사태의 원인이 된다.

물론 롯데와 KIA도 줄부상으로 본의 아니게 '잇몸 야구'를 하게 된 측면은 있지만, 두 팀의 사례처럼, 선수 없다고 시즌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려고 눈에 불을 켜면 팀 컬러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기회가 간절한 선수들이 모이면 똘똘 뭉치는 끈끈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기존 선수들에게도 건강한 자극이 된다.

또 새로운 스타가 계속 나와야, 리그 전체 활력도 돌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필요 이상의 지출도 막을 수 있다.


선수 없다고 울지 마세요...'하위권 추락'이라던 롯데-KIA는 '잇몸 …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롯데가 9대6으로 승리했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홍민기와 김태형 감독의 모습.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22/
롯데 김태형 감독은 "사실 부상이 나오면 처음에는 골치가 아프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선수를 기용하고, 그 선수들이 잘하면 팀 뎁스가 자연스럽게 두터워진다. 선수들에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된다. 1군에서 경기를 뛰며 결과를 만들면, 실력을 떠나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굉장히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만약 롯데와 KIA가 올해 우승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소득이 큰 시즌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향후 수 년 안에 팀에 우승을 선물해줄 선수들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몰론 올해까지 원하는 성적을 얻는다면 금상첨화다.

롯데와 KIA의 '잇몸 야구'가 KBO리그에 던지는 메시지. 허투루 볼 게 아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선수 없다고 울지 마세요...'하위권 추락'이라던 롯데-KIA는 '잇몸 …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KT의 경기, 2회초 KIA 윤도현이 솔로홈런을 치고 이범호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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