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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지고, 넘기고. 존재의 차원이 다르다' 125년 메이저리그 사상 유일한 캐릭터 오타니, 다음 목표는 5이닝 투구

이원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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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3 16:26


'던지고, 넘기고. 존재의 차원이 다르다' 125년 메이저리그 사상 유일…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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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마치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존재처럼 느껴진다.

LA다저스 간판스타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가 또 다시 투타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진정한 완성형 야구선수'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국 현지에서는 125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 나타나는 유형의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오타니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있다. 또 다시 새로운 목표를 달성해야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진정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오타니는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 스타터 선발이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까지 진정한 선발 투수로서 출격한다고 보긴 어렵다. 오타니는 2023년 9월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이후 잠시 투수를 봉인한 채 타석에서만 전념해왔다. 그러나 아예 투수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꾸준히 재활을 하며 투수 복귀를 준비해왔다. 지난해 다저스와 10년-7억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뒤 2024시즌에는 타자로만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사상 첫 '50홈런-50도루'까지 달성했다.


'던지고, 넘기고. 존재의 차원이 다르다' 125년 메이저리그 사상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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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투수 복귀 시즌이다. 원래는 시즌 개막부터 투타 겸업, 속칭 '이도류'로 다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왼쪽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투수 복귀 타이밍이 잠시 늦춰져버렸다. 그래도 상반기에는 복귀에 성공했다.

지난 1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전때 전격적으로 투수 복귀전을 치렀다. 오타니는 최고 100.2마일(약 161.3㎞)의 광속구를 선보이며 1이닝 2피안타 1실점(투구수 28개)을 기록했다. 구속 등에서 재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게 드러났다.

자신감을 얻은 오타니는 23일 워싱턴을 상대로 투수 복귀 후 두 번째 경기에 나섰다. 이날도 가장 먼저 나와 1이닝만 던지는 '오프너' 역할을 하기로 계획돼 있었다.


지난 샌디에이고전보다 훨씬 구위가 향상된 모습이었다. 1회초 첫 상대인 CJ 에이브람스는 초구에 1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97.2마일 패스트볼로 상대했다. 이어 2번 타자 제임스 우드는 유격수 뜬공으로 유도했는데, LA다저스 유격수 무키 베츠가 놓치는 바람에 실책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이 정도 변수는 오타니를 흔들지 못했다. 오타니는 후속타자 루이스 가르시아 주니어를 상대로 2B2S에서 스위퍼(85.9마일)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는 오타니가 LA에인절스 지난 2023년 8월 24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669일 만에 다시 잡아낸 삼진이자 동시에 LA다저스 소속으로 기록한 첫 번째 삼진이었다. '특급투수' 오타니가 돌아왔다는 증거다.

이후 오타니는 2사 1루에서 나다니엘 로우 타석 때 폭투로 1루 주자를 2루로 보냈지만, 로우에게 볼카운트 2B2S에서 7구째 커터(88.3마일)를 던져 또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무실점으로 1이닝을 마감했다.

이날 오타니는 총 18구를 던졌다. 포심 패스트볼 6개를 기반으로 이제는 승부구가 되어버린 스위퍼(7개), 커터(3개), 스플리터(2개) 등 빠른 계통의 변화구를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8.8마일(약 159㎞)까지 찍혔다.

이제 남은 숙제는 긴 이닝 소화능력이다. 오타니는 2경기 연속 1이닝 투구를 통해 기본적인 투구 매커니즘은 완벽하게 되살렸다는 걸 증명했다. 이제는 지속 능력을 시험받을 차례다.

오타니 역시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경기 후 "5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어야 선발 투수다. 일단 거기까지는 후퇴하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며 진정한 선발로 돌아가기 위해 지금보다 더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오타니는 "투구 이닝이나 투구 수를 단번에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서히 늘려나갈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투구수보다) 구위를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조금씩 이닝을 늘린다면 예전처럼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오타니가 이렇듯 선발 복귀에 대한 자신감을 찾았다는 건 다른 팀에게는 그 무엇보다 비극적인 소식이다.


'던지고, 넘기고. 존재의 차원이 다르다' 125년 메이저리그 사상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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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타니의 '비인간적인 활약'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마운드에서 1이닝 동안 에이스의 흔적을 보여주더니 타석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마치 화산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잠잠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무서운 폭발을 이어나갔다.

이날 1, 3회에는 연속 삼진을 당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투구의 여운이 남아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6회말 무사 2루 세 번째 타석에서 드디어 볼넷을 골라 1루를 밟았다. 후속 맥스 먼시의 만루홈런 때 홈을 밟아 득점까지 달성했다. 출루와 첫 득점이 오타니의 타격 본능을 자극했다.

7회말 무사 만루 때 주자를 전부 불러들이는 3타점 짜리 우전 적시 3루타를 날렸다. 이어 8회말에는 13-3을 만드는 좌중월 2점 홈런까지 날려 이날 5타점을 쓸어 담았다. 선발로 나와 타석에서 홈런과 3루타까지 치며 무려 5타점을 쓸어담은 것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페이지 MLB닷컴은 '오타니가 선발 등판 경기에서 홈런과 3루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25년 동안 유일하게 2경기 이상 이런 경기를 한 건 오타니가 처음이다'라며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꾸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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