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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대주자에게 필요한 건 빠른 발만이 아니다. 상대의 빈틈을 파고드는 센스, 스스로 '가능하다' 판단했을 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과감한 결단력이 필수 조건이다.
NC 선발 라일리는 5회까지 투구수 94개를 기록했지만, 기어코 6회 마운드에도 섰다. 투구수 14개로 6회를 마무리한 뒤 뜨겁게 포효했다.
이어진 6회말, 여기서 승부를 뒤집을 경우 라일리의 승리투수 조건이 갖춰진다. 앞선 경기까지 9승을 기록중이던 라일리가 코디 폰세(한화)와 함께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
여기서 최정원의 매서운 판단이 빛을 발했다. 2-2 동점에 1사 1,2루의 득점 찬스, 말 그대로 승부처였다. 롯데 데이비슨은 좌완투수, 1루 견제에는 용이하지만, 2루 주자 견제에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타석에는 NC 간판타자 박건우였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허무하게 찬스를 날릴 수 있었다. 1루 주자가 NC 데이비슨인 만큼 이중도루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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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정원은 결심했고, 실행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1만5588명 야구팬들의 아드레날린이 최고조로 솟구쳤던 순간.
박건우를 향한 데이비슨의 초구는 공교롭게도 145㎞ 직구였다. 지체 없는 3루 송구, 롯데 3루수 김민성이 발을 빼며 태그하는 동작도 깔끔했다. 그럼에도 최정원이 빨랐다.
롯데는 비디오판독까지 신청했다. 롯데 쪽에서도 이날의 승부처라고 판단한 것. 결과는 넉넉하게 세이프였다.
1사 1,2루는 병살 플레이가 용이하지만, 1사 1,3루는 필요시 전진수비를 우선시 해야 한다. 3루 주자의 경우 태그아웃 플레이를 펼쳐야하는 부담, 폭투시 허무하게 1점을 내줄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결국 박건우가 유격수 키를 넘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롯데 데이비슨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결승타 한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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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8회말에는 김형준의 쐐기 투런포, 김한별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NC의 7대2 승리로 끝났다.
최정원은 지난 14일 KIA 타이거즈 최지민의 투구에 뒤통수를 맞는 '헤드샷'을 당해 병원으로 실려갔던 바로 그 선수. 당시 최지민과 이범호 KIA 감독은 따로 연락을 취해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최정원은 '독종'이었다. '쉬고 오라'는 감독의 권유에도 끝내 2군행을 거부했다. 다음날인 15일 경기부터 곧바로 대주자와 대수비 역할을 소화했다.
이날 경기전 만난 이호준 NC 감독은 최정원 이야기가 나오자 "중간에 언제든 나갈 준비가 된 선수다. 대주자로도, 외야 대수비로도 1순위"라며 웃었다. 이어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올시즌 최정원 덕분에 3승 이상 더 따낸 것 같다. 자기 역할 다한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다행히 특별한 후유증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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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0승째를 올린 팀동료 라일리 역시 최정원 이야기가 나오자 활짝 웃었다. 라일리는 "누상에 나가면 투수에겐 정말 큰 위협이 되는 선수다. 아마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주자가 아닐까? 같은 팀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창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