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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장갑은 왜 안 끼고 들고 있었던 걸까.
끝내기 찬스를 연속으로 날린 것도 아쉬웠지만, 이날 경기 중 가장 아쉬웠던 건 사실 8회말 공격이었다. 4-4 동점 상황. KIA는 필승조 조상우를 올렸다. 키움 선두는 이주형.
상대 허를 찌르는 초구 기습 번트 안타는 훌륭했다. 발 빠른 이주형이 살아나가고, 4번 최주환으로 연결되는 타순이었기에 경기 막판 키움이 흐름을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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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아니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장갑 견제사'였다. 발이 빠른 주자들은 도루나 주루 플레이를 할 때 손가락 부상 방지를 위해 전용 장갑을 낀다. 이주형은 왼손 장갑은 착용하고, 오른손은 장갑을 끼지 않고 들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조상우의 견제가 들어왔고, 이주형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며 오른팔을 뻗었다. 문제는 베이스와 손가락 사이를 장갑이 막아버린 것. KIA 1루수 오선우는 '매의 눈'으로 이 상황을 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주형의 등쪽을 계속 태그했다. 그리고 뭔가 확신을 얻었는지 벤치쪽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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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 안타를 치고, 최주환이 타석에 들어오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물론, 베이스 코치와 작전을 논의하거나 숨을 고르는 등의 행동을 하다 장갑을 끼는 시간이 부족했을 수 있고, '설마 여기서 견제가 들어오겠어, 견제가 들어와도 장갑 때문에 아웃되겠어'라고 생각하며 공 하나 보고 나머지 장갑을 껴야지 했을 수 있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이 모든게 방심한 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실제 최악의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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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