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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이나 줬는데 첫 QS...'특급 신인' 정현우의 삼성전은 왜 승리보다 값졌을까 [고척 현장]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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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7 23:01 | 최종수정 2025-06-27 23:26


4점이나 줬는데 첫 QS...'특급 신인' 정현우의 삼성전은 왜 승리보다…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한화의 경기, 키움 선발투수 정현우가 역투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12/

[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승리보다 더 값졌던 4실점 투구.

키움 히어로즈 신인 정현우는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6이닝 4실점을 했다. 승리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패전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칭찬이 아깝지 않은 날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키움은 삼성전 5대4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3-4로 밀리던 8회말 주장 송성문이 상대 마무리 이호성으로부터 짜릿한 역전 결승 투런포를 때려냈다. 기적의 드라마가 완성됐다. 삼성 상대 11연패 탈출 감격의 순간.

선발 정현우는 6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그냥 보기에는 부진했다. 하지만 내용을 속속들이 보면, 정현우가 버텼기에 역전승도 있다고 봐야했다.

일단 4실점 중 자책점은 0점이다. 어떻게 점수를 줬든, 그 시작은 정현우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1, 2회 연속 삼자범퇴로 페이스가 좋았다. 15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첫 등판. 오래 쉬고 나온 탓인지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볼 끝에 힘이 느껴졌다.

문제는 3회 발생했다. 선두 박승규를 볼넷으로 내준게 시작. 다음 류지혁 타석에서 정현우는 좌익수 방면 플라이를 유도해냈다. 선상으로 붙기는 했지만, 체공 시간이 길어 좌익수 임지열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임지열이 공을 놓쳤다. 실책. 아무리 제구 좋고 침착한 정현우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양도근과 김지찬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 실점을 했다. 이어진 만루 위기에서는 충격의 보크까지 범했다. 그리도 디아즈에게 2타점 적시타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4점이나 줬는데 첫 QS...'특급 신인' 정현우의 삼성전은 왜 승리보다…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한화의 경기, 3회말 키움 정현우가 한화 플로리얼의 타구를 호수비로 처리한 우익수 박주홍을 맞이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4.12/
아무리 드래프트 전체 1순위라고 해도 19세 어린 선수가 이겨내기에는 너무 가혹한 상황. 하지만 정현우는 3회를 마친 뒤 침착하게 6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했다. 데뷔 후 5이닝을 넘게 던진 적이 없었다. 투구수가 많은 스타일이었다. 이날도 3회 많은 공을 던지며 겨우 5회를 채우나 했더니, 공격적인 투구로 6회까지 끌어줬다. 투구수도 100개 이내, 98개로 끊었다.


그 사이 타선이 1점, 2점씩 야금야금 쫓아갔다. 그리고 8회 결정적인 홈런이 터졌다. 정현우가 6회까지 버텨주지 못했다면, 생길 수 없는 기적이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막내의 활약에 당연히 함박웃음. 홍 감독은 "정현우가 실점은 있었지만, 6이닝 동안 선발로서 역할을 다해줬다"며 기뻐했다. 정현우는 프로 데뷔 후 6경기 만에 처음 6이닝 투구를 했고, 첫 퀄리티스타트도 달성했다. 진짜 선발로서 제 역할을 처음 한 것이다. 6이닝 투구, 3자책점 이하의 퀄리티스타트는 선발이 그날 경기를 잘했다고 칭찬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보면 된다.

정현우는 "3회 흔들린게 너무 아쉽다. 실책 때문은 아니다. 이어진 상황에서 실점을 최소화하고 이닝을 마치고 싶다는 생각에 조급했다. 이 때문에 무너졌다"며 책임을 선배 임지열이 아닌 자신에게 돌렸다. 의젓한 모습.

정현우는 "아쉬움도 있지만 팀이 이겼으니 기쁘다. 오늘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 더 좋은 투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6이닝을 처음 던진 것에 대해 "이승호 투수코치님, 하영민 선배님, 김건희 형이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덕이다. 이 코치님은 '한 타자씩 집중하고 전력 투구하라'고 말씀해주셨고, 영민 선배님은 '네 공을 믿고 던져라. 마운드에서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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