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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승리보다 더 값졌던 4실점 투구.
선발 정현우는 6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그냥 보기에는 부진했다. 하지만 내용을 속속들이 보면, 정현우가 버텼기에 역전승도 있다고 봐야했다.
일단 4실점 중 자책점은 0점이다. 어떻게 점수를 줬든, 그 시작은 정현우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3회 발생했다. 선두 박승규를 볼넷으로 내준게 시작. 다음 류지혁 타석에서 정현우는 좌익수 방면 플라이를 유도해냈다. 선상으로 붙기는 했지만, 체공 시간이 길어 좌익수 임지열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임지열이 공을 놓쳤다. 실책. 아무리 제구 좋고 침착한 정현우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양도근과 김지찬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 실점을 했다. 이어진 만루 위기에서는 충격의 보크까지 범했다. 그리도 디아즈에게 2타점 적시타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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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타선이 1점, 2점씩 야금야금 쫓아갔다. 그리고 8회 결정적인 홈런이 터졌다. 정현우가 6회까지 버텨주지 못했다면, 생길 수 없는 기적이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막내의 활약에 당연히 함박웃음. 홍 감독은 "정현우가 실점은 있었지만, 6이닝 동안 선발로서 역할을 다해줬다"며 기뻐했다. 정현우는 프로 데뷔 후 6경기 만에 처음 6이닝 투구를 했고, 첫 퀄리티스타트도 달성했다. 진짜 선발로서 제 역할을 처음 한 것이다. 6이닝 투구, 3자책점 이하의 퀄리티스타트는 선발이 그날 경기를 잘했다고 칭찬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보면 된다.
정현우는 "3회 흔들린게 너무 아쉽다. 실책 때문은 아니다. 이어진 상황에서 실점을 최소화하고 이닝을 마치고 싶다는 생각에 조급했다. 이 때문에 무너졌다"며 책임을 선배 임지열이 아닌 자신에게 돌렸다. 의젓한 모습.
정현우는 "아쉬움도 있지만 팀이 이겼으니 기쁘다. 오늘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 더 좋은 투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6이닝을 처음 던진 것에 대해 "이승호 투수코치님, 하영민 선배님, 김건희 형이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덕이다. 이 코치님은 '한 타자씩 집중하고 전력 투구하라'고 말씀해주셨고, 영민 선배님은 '네 공을 믿고 던져라. 마운드에서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