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범호는 천불 났나, 선수는 이 악물었다…"10G 연달아 선발 냈더니 패턴 똑같아"

기사입력 2025-11-12 03:22


왜 이범호는 천불 났나, 선수는 이 악물었다…"10G 연달아 선발 냈더니…
2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포수 한준수가 수비를 준비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9/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웬만하면 (한)준수를 내보려고 10경기를 연달아 선발로 내봤더니 패턴이 똑같더라."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올 시즌 막바지 포수 한준수의 발전 없는 모습이 안타까워 화를 참지 못했다. 지난 9월 18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이었다. KIA 선발투수 아담 올러가 0-0으로 맞선 4회초 한화 4번타자 노시환에게 높은 직구를 던져 선취포를 허용했다. KIA 배터리는 한화와 3연전 내내 노시환에게 홈런을 허용했는데, 모두 직구 똑같은 코스였다. 3일 연속 볼 배합에 변화 없이 가장 컨디션 좋은 타자와 승부를 쉽게 생각한 것에 감독은 화가 났다.

이 감독은 당장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또 한준수가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 생각해 그 자리에서 지적했다. 한준수는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한화와 3연전 내내 달라지지 않았던 자신을 자책하며 눈물을 흘렸다. 감독이 혼내서 선수가 눈물을 흘린 그런 단순한 사건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유독 한준수에게 조금 더 엄격한 편이다. 2군 감독 시절부터 한준수를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 한준수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기도 하고, 한준수가 주전으로 성장해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KIA 안방의 미래가 밝기에 그냥 둘 수가 없다.

이 감독은 "2경기 뛰고 쉬다 1경기 뛰고 이런 식으로 일주일에 3경기씩만 나가게 하다가 시즌 마지막에 일부러 준수를 선발로 한 10경기 연속으로 내봤다. 그런데 패턴이 똑같았다. 그래서 변화를 주라고 했는데, 어렵게 가야 하는 타이밍에 바로 붙어서 맞고, 바로 붙어야 하는 타이밍에는 볼넷을 주고 그러니 한마디 했던 것이다. 또 공부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준수는 이 감독의 지적을 인정하며 "한화전에 노시환에게 홈런 3개 맞은 게 올해 가장 후회되는 장면이다. 어느 누가 봐도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되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지나고 보니 경험이 됐고, 솔직히 그게 미련한 선택이었다. 내년에는 이제 그런 실수를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으나 반복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준수도 내년이면 27살이 된다. 마냥 어리기만 한 나이는 아니다. 이제는 투수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리드할 때가 됐다. 물론 그러려면 투수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리드를 보여줘야 한다. 한준수는 이 감독이 휴식을 주려 했는데도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까지 자청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왜 이범호는 천불 났나, 선수는 이 악물었다…"10G 연달아 선발 냈더니…
KIA 타이거즈 한준수.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왜 이범호는 천불 났나, 선수는 이 악물었다…"10G 연달아 선발 냈더니…
KIA 타이거즈 한준수.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이 감독은 "항상 준수에게 투수들이 너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투수들이 사인을 거절했을 때 투수 형들한테 혼날까 봐 사인을 바꿔주지 말라고 했다. 네가 생각한 코스로 소신 있게 밀어붙이고, 고개를 흔들면 잠깐 흐름 끊고 마운드 올라가서 투수한테 강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투수들이 포수를 믿고 던진다. 물론 준수가 낸 사인을 투수가 믿고 던졌을 때 홈런을 맞으면 투수가 '내 생각이 맞잖아' 하면서 그 뒤부터는 포수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그만큼 포수는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자리라고 계속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한준수는 "볼 배합은 정답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내 사인으로 팀의 승패가 달렸기 때문에 그런 책임감을 많이 얻은 한 해였던 것 같다. 경기 전에 볼 배합을 준비하지만, 사람마다 컨디션이 다 다르니까. 경기하면서 잘 확인하고 변화를 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힘줘 말했다.

더는 감독이 천불 나는 일이 없도록 한준수도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했다. 내년에는 반드시 주전으로 도약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도 있다.

한준수는 "감독님도 무조건 더 잘되라는 마음으로 말씀하신 것을 알고 있다. 내게 관심이 없으면 그런 말씀 안 하셨을 것이다. 올해는 정말 어려웠을 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진짜 많이 도와주셨다"며 "이제 나이가 있지 않나. 같은 팀이지만, 그 안에서 경쟁이 있다 보니 나도 지고 싶지는 않다. 주전은 한 팀에 첫 번째 포수기 때문에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 내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잘 준비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준수의 그동안 타격에 강점이 있는 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는 타율 0.307(287타수 88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타격보다는 수비로 더 인정받을 수 있는 포수가 되고자 한다. 올해는 타율이 0.225(244타수 55안타)까지 떨어지면서 수비까지 흔들린 게 후회로 남는다.

한준수는 "타격이 안 돼서 수비까지 영향이 간다면 진짜 정말 잘못된 것이다. 솔직히 내가 타격에 강점이 있다고 해도 포지션이 포수기에 내가 선발로 나가서 한 경기를 맡아서 승리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왜 이범호는 천불 났나, 선수는 이 악물었다…"10G 연달아 선발 냈더니…
10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경기. KIA가 삼성에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KIA 이범호 감독.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0/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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