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23일(한국시각) 애리조나 스프링트레이닝서 피칭 훈련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22일(한국시각)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시범경기에서 3회말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Imagn Images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던지지 않는다. 보험 문제와 다저스 구단의 압력 등을 고려해 스스로 투수로는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이 약속은 끝까지 지켜질까.
일본이 또 결승에 올라 결정적인 상황에 직면한다면 오타니가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트레이닝에 참가하고 있는 오타니는 23일(이하 한국시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 시범경기을 앞두고 가진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말하기 어렵다(Hard to say it)"면서도 "그러나 트라웃이 등장한다면, 매우 끌리는(tempting)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과 다시 결승에 만나 9회말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정말 등판하지 않을 것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오타니 쇼헤이가 2023년 WBC 결승서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트라웃이 2023년 WBC 결승에서 9회초 오타니 쇼헤이에 삼진을 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 3년 전 WBC에서 전세계 야구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결승전 장면이 떠오른다.
오타니는 2023년 3월 WBC 결승에서 9회초 마운드에 올라 2사후 미국의 간판타자 마이크 트라웃에 100마일대 강속구와 새 무기 스위퍼를 연거푸 뿌려대며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했다. 그 대회에서 오타니는 투타 겸업을 절정의 수준으로 발휘하며 일본을 세 번째 WBC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한이 걸렸다. 투수로는 뛰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저스 구단과의 약속일 뿐 '지명타자로만 뛴다'는 명문화된 계약서가 있는 건 아니다. 만약 일본이 결승에 올라 다시 미국과 상대해 접전 양상이 이어진다면 오타니 스스로 경기 후반 등판을 자청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WBC에서 일본과 미국이 만날 수 있는 건 결승 밖에 없다. 대회 특별 규정에 따르면 두 팀은 서로 다른 날짜에 8강전을 치른다. 즉 준결승에서 만날 일이 없다는 얘기다. 두 팀 모두 승승장구한다면 결승에서 맞부딪힌다.
오타니 쇼헤이가 라이브피칭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MLB.com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떠올려 보라고 하자 오타니의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며 'WBC 결승전 9회말. 일본과 미국의 리매치. 다저스 구단은 오타니가 이번 대회에 오로지 타자로만 뛰는 걸로 알고 있음에도 그는 그런 상황에서 등판해야겠다는 유혹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라며 질문을 던졌다.
물론 트라웃은 이번 대회에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타선은 3년 전과 비교해 더욱 강력해졌다는 평가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들로 라인업을 꾸릴 수 있다. 지난해 AL MVP 애런 저지와 양 리그 홈런왕 칼 롤리, 카일 슈와버가 중심타선을 이루고, 바비 윗 주니어, 코빈 캐롤 등이 테이블세터로 나선다.
가장 관심을 끌 타자는 저지다. 그는 트라웃보다 한수 위의 타자다. 더 무섭다. 결승이라면 상황에 따라 고의4구로 걸러야 한다. 오타니가 더그아웃에 있다가 갑자기 불펜을 향할 지도 모른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칼 슈와버는 지난해 오타니를 제치고 NL 홈런 타이틀을 차지했다. AFP연합뉴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은 스프링트레이닝 개막 인터뷰에서 "우리는 올해 10월까지 야구를 하는 걸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타니가 마운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 스스로 앞으로 8년 동안 투수로 잘 던지고 싶다고 했는데, 우리도 그러기를 바란다. 그 부분에 대해 정말 신경을 쓰고 있다"며 "(WBC 피칭에 대해)우리는 마주 앉아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도 이해를 했다. 그의 승부욕이 그걸 좋아하진 않겠지만, 그는 그걸 이해했다"고 했다.
오타니가 WBC에서 던지지 말아달라는 구단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애리조나 스프링트레이닝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AP연합뉴스
오타니는 2년 간의 피칭 재활을 마치고 지난해 6월 투수로 복귀했다.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서 5~6이닝을 거뜬히 던질 수 있는 상태로 만들었다. 이번 오프시즌서 그는 2년 만에 투타 훈련을 제대로 진행했다. 그럼에도 다저스는 '투수' 오타니에 대해 조심스럽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힘을 아꼈으면 하는 것이다. 시즌 개막 로테이션을 거르게 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오타니는 "WBC 동안 라이브피칭 또는 시뮬레이션 피칭을 할 것이다. 난 힘이 있는 한 경기력과 출전양을 좋은 상태로 하기 위해 모든 걸 할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제한적 기회에서 실제 상황이라면 나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해야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개막전 등판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WBC 피칭에 대해 그 어떤 확정적인 코멘트를 내진 않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