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리드오프가 아닌 6번 타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시범경기에 나선 이정후의 타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리드오프 역할을 맡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첫 실전 담금질에서 그에게 부여된 자리는 하위 타순 시발점인 6번이다. 이정후는 샌디에이고전에서 3타수 1안타 1득점으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정후는 2024년 샌프란시스코 입단 후 주로 상위 타순에 배치됐다. 의외로 중심 타선인 3번으로 가장 많은 55경기에 나섰고, 1번 타순에는 50차례 배치됐다. 6번과 7번으로 각각 28경기씩 나선 바 있으며, 5번 타자도 12차례 맡았다.
6번 타순에서 이정후는 28경기 중 27경기에 선발로 나서 타율 0.242(99타수 24안타), 홈런 없이 7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 0.299, 장타율 0.313으로 OPS(출루율+장타율)은 0.612이었다. 표본 수가 적어 절대적인 기록으로 보긴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인상적인 편이라 보기도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오히려 비슷한 출전 수를 기록한 7번에서 타율 0.323(104타수 31안타), 1홈런 9타점, 출루율 0.375, 장타율 0.490, OPS 0.865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이 역시 표본이 적어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한 3번(220타수 61안타, 타율 0.277)에는 집중력이 괜찮았다. 5홈런 27타점에 출루율 0.326, 장타율 0.432, OPS 0.758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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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뛰어난 콘텍트 능력 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타구 생산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출루 능력과 빠른 발이라는 강점도 잘 살렸다. 때문에 마땅한 리드오프감이 없었던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이럼에도 토니 비텔로 감독은 이정후를 하위 타순에 배치하고 샌디에이고에서 데려온 루이스 아라에즈를 리드오프로 기용하는 쪽을 택했다. 아라에즈는 샌디에이고전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아라에즈는 내셔널리그 2년 연속 안타 1위를 기록했다. 2023~2024시즌엔 2년 연속 200안타를 기록한 '안타제조기'다. 빅리그 통산 출루율은 0.363이다. 리드오프의 역할이 득점 기회의 물꼬를 트는 출루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아라에즈가 리드오프 역할을 맡을 자격은 충분해 보인다. 다만 느린 발과 주루 센스가 썩 좋지 않은 점은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샌프란시스코 소식을 주로 전하는 어라운드더포그혼은 23일(한국시각) '아라에즈는 전통적인 1번 타자가 갖춰야 할 여러 조건을 충족한다'면서도 '주자가 있을 시 공격 흐름을 유지하는 유형의 타자고, 버스터 포지 단장도 그가 득점권에서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타순 조정 가능성도 예상했다. 그러면서 '아라에즈를 1번으로 기용한다면 장타 생산 능력이 있는 이정후를 더 낮은 타순에 기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루이스 아라에즈. AP연합뉴스
류지현호 주장으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이정후는 곧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대표팀에 합류한다. 시범경기에서 비텔로 감독에게 리드오프로 능력을 선보일 시간은 적은 편. WBC와 메이저리그 개막 시점 등 시간적 상황에서 보면 비텔로 감독의 리드오프 실험은 당분간 아라에즈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 타구 생산이 능한 아라에즈가 출루 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향후 리드오프 기용 여부를 판가름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