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26년 WBC 8강에서 탈락한 충격이 여전하다. 일본의 정신적 지주 오타니 쇼헤이도 패배 후 침통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번 대회 일본 야구는 세계 1위 시절과 사뭇 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Imagn Images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일본의 야구가 아니었다. 일본은 수비보다 공격을, 스몰볼보다는 빅볼을 우선시했다."
일본 야구대표팀 '사무라이재팬'은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다. WBC 역대 최초로 4강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 2023년 대회 우승팀이자 야구 세계랭킹 1위 국가의 자존심에 제대로 금이 갔다.
일본은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년 WBC' 8강 베네수엘라와 경기에서 5대8로 역전패했다. 결승 진출을 당연하게 여겼던 일본으로선 매우 충격적인 패배였고, 대회 탈락 직후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감독은 사퇴를 선언했다.
일본은 2006년 WBC가 시작된 이래 단 한번도 4강 문턱을 넘지 못한 적이 없었다. 대회 역사상 5회 연속 4강 진출국은 일본이 유일했다. 2006년과 2009년 대회 2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2013년과 2017년은 3위, 그리고 2023년 한번 더 정상에 오르며 야구 최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달랐다. 사실 일본은 C조 조별리그 4전 전승 1위로 8강에 진출하긴 했지만, 우승했던 3년 전과는 위압감이 전혀 달랐다.
한 한국 투수는 지난 7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C조 조별리그 한일전을 치를 당시 오타니 쇼헤이와 스즈키 세이야, 요시다 마사타카 등 메이저리거들을 제외하면 아주 위협적인 타자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오타니와 스즈키 둘을 제대로 묶지 못한 탓에 결국 끌려가는 경기를 했다.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는 16일 일본의 이번 대회 참사와 관련해 '일본의 야구가 아니었다. 일본은 수비보다 공격을, 스몰볼보다는 빅볼을 우선시했다'고 지적했다.
Japan's pitcher Hiromi Itoh prepares to pitch during the six inning of a World Baseball Classic quarterfinal game against Japan, Saturday, March 14, 2026, in Miami. (AP Photo/Lynne Slad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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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4, 2026; Miami, FL, United States; Japan pitcher Chihiro Sumida (22) is congratulated by designated hitter Shohei Ohtani (16) in the fifth inning against Venezuela during a quarterfinal game of the 2026 World Baseball Classic at loanDepot Park. Mandatory Credit: Sam Navarro-Imagn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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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포스트는 '그 구상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일본의 라인업에서 메이저리거인 오타니와 스즈키, 요시다를 제외하고는 그정도(빅볼)의 타격을 줄 수 있는 타자가 없었다. 일본은 베네수엘라와 8강에서 스즈키가 무릎 부상으로 이탈하고 3회 이후로는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라인업을 위해 수비력을 희생하기도 했는데 이바타 감독은 스즈키를 중견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중견수는 스즈키가 시카고 컵스에서 지난 4시즌 동안 딱 한번 출전했던 포지션'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차세대 거포 사토 데루아키와 무라카미 무네타카를 향한 저격이 이어졌다.
뉴욕포스트는 '27살 사토와 26살 무라카미는 일본 최고의 거포 유망주로 꼽힌다. 그들은 미국의 파워 히터들처럼 육성됐다. 과거 일본의 정상급 타자들과 비교하면 삼진이 많은 유형이다. 그들의 모 아니면 도 타격은 일본프로야구(NPB)에서는 성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강속구 투수들 상대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무라카미는 일본에서 2차례나 MVP를 차지했지만,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위와 같은 우려가 번지면서 시장 가치가 폭락했다. 결국 무라카미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3400만 달러(약 508억원)에 계약했다. 사토는 한신 타이거스에 남았지만, 미국에 진출하려면 비슷한 의심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운드도 3년 전처럼 아주 위협적이지 않았다. 일본은 2023년 대회는 결승까지 7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 압도적 1위였다. 그러나 올해는 8강까지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5에 그쳤다. 일본은 8강에서도 5-2로 앞서다 5회부터 불펜이 무너지는 바람에 경기를 내줬다. 2023년 일본 마운드였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경기 전개였다.
뉴욕포스트는 '일본은 발전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투수력만큼은 변화를 주는 데 실패했다. 일부는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었다.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투구하지 않기로 구단과 합의하고 나왔고, 사사키와 뉴욕 메츠의 센가 고다이도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은 퍼시픽리그 세이브 공동 1위였던 스기야마 카즈키(소프트뱅크)를 비롯해 야마시타 슌페이타(오릭스), 사이키 히로토(한신) 등 충분히 강속구 투수들을 더 데려올 수 있었다. 3명 모두 90마일 후반대 빠른 공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어 '일본은 (강속구 투수) 대신 체격이 작고 제구력이 좋은 투수들로 불펜을 꾸렸고, 결국 8강전 5-2 리드 상황에서 대가를 치러야 했다. 5회 좌완 스미다 치히로는 마이켈 가르시아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았고(5-4), 6회에는 우완 이토 히로미가 와일러 아브레유에게 역전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는 우승을 위한 청사진이 아니라 재앙으로 향하는 레시피였다'고 덧붙였다.
결국 일본은 그들이 잘하는 야구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포스트는 '일본은 세계 야구 1위 팀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다른 나라들처럼 야구를 해선 안 된다. 한때 다른 나라들과 차별됐던 일본만의 야구 퀄리티를 잃을 수는 없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그런 우를 범했고, 대가는 가혹했다'고 했다.
Mar 14, 2026; Miami, FL, United States; Japan first baseman Munetaka Murakami (55) fist pumps designated hitter Shohei Ohtani (16) during player introductions before a quarterfinal game of the 2026 World Baseball Classic against Venezuela at loanDepot Park. Mandatory Credit: Sam Navarro-Imagn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