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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마지막 결과로 인해 선수들에게 상처가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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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류지현 감독과의 심층 인터뷰.
보시다시피 거의 뭐 엉망진창이죠.(웃음) 마이애미 갈 때도 전세기가 약간 지연됐었어요. 새벽 3시30분쯤 마이애미 호텔에 도착했고, 현실적으로 하루하고 반 정도 준비를 한 것 같아요. 선수들도 마이애미 도착하고 나서 몸이 약간 붕 떠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하루만 준비 시간이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핑계 대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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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목표였던 본선 진출을 어렵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보였던 그 모습은 팬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드리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면에서는 선수들과 지금까지 해온 과정들이 헛되지 않았다, 승패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 입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도미니카공화국은 일본, 미국보다도 더 전력이 좋은 팀이었어요. 우리 선수들이 앞으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경기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더 강했어요. 우리 선수들 컨디션은 도쿄에 있을 때보다 조금 떨어져있는 상황이었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결과는 아니죠. 저도 마찬가지지만, 선수들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우리가 잘해왔던 부분들이 마지막 결과로 인해서 상처가 되지 않기를. 물론 아쉽죠. 결과에 대한 변명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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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에서 유격수 땅볼을 쳤을때 충분히 병살을 만들 수 있었다고 봤는데, 그게 병살이 안된 순간이 너무 아쉬웠어요. 또 8회에 정우주가 대기하고 있었거든요. 우주는 작년 11월부터 페이스가 워낙 좋았고 유망주니까. 체코전에 내보냈던 이유는 자신감이 한번 쌓여야 호주전에 쓸 수 있겠다는 계산을 했었죠. 근데 긴장하더라고요. 그 뒤에 등판이 없었던 게 사실 제 마음이 걸려요. 그렇다고 해서 감독이 냉정하게 판단을 안할 수가 없었어요. 우리는 경기를 해야하는 상황이고. 다만 마지막에 우주 등판까지 연결 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을 하다보니 더 아쉬운 7회가 됐어요.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엔 선수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결과가 어떻든 헤어짐도 잘해야 합니다. 다 한국에 들어오는 상황도 아니었고, 거기서 헤어져야 했기에 미팅을 했어요. 첫번째로 주장 (이)정후에게 고맙다고 했고, 투타 리더인 류현진, 박해민에게도 고마웠어요. 최고참 노경은에게도요. 그리고 우리 국내 선수들은 최종 명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이판 캠프부터 엔트리 변동과 관련한 부분들을 이해해줘서 고마웠어요. 선수들이 이해해주지 않았다면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죠. 또 한국계 선수들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빨리 팀에 스며들면서 같이 해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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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랬겠죠. 선수들도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냈다는 자부심이 있고, 성취감을 가지고 전세기를 타고 갔어요. 그런데 돌아올때 웃을 수 없는 환경이 된거니까. 거기서 아쉬움이 남았겠죠. 저부터도 여파가 컸는데, 선수들은 어떻겠어요?
-조금 더 앞으로 가보면, 일본전과 대만전 패배에 대한 아쉬움도 컸을 것 같습니다.
일본전도 정말 아쉬운게, 선수들이 경기를 너무 잘해줬잖아요. 근데 약속된 한정된 투수들로 운영을 해야하는 상황이니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사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대만전을 이겼어야 돼요. 대만전을 이긴 후에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호주전을 앞두고 든 생각은. 내가 1년간의 준비 과정을 생각하면 이대로는 정말 억울해서 미칠 것 같다. 진짜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간다는 생각이었어요. 솔직한 마음이 그 표현으로 나왔던 것 같아요. 선수들도 저와 마음이 똑같아서 그게 경기력으로 나왔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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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호주전 계획은 소형준, 정우주 둘이 등판한 후 불펜을 다 투입하려고 했어요. 근데 호주가 첫 경기에서 대만을 이기면서 수정을 한거예요. 호주가 좌투 상대로 기록이 안좋거든요. 근데 주영이가 등판 간격이 너무 길다고, 일본전에서 1이닝만 던지겠다고 요청을 했어요. 원래 나가는 게 아니었는게 경기 감각 때문에 그렇게 했어요. 1이닝만 던지고 하루 쉬고 던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말리겠어요. 근데 부상을 입어서, 마음이 좋지는 않아요. 우리가 생각했던건 주영이가 3이닝 정도만 막아주면, 그뒤를 제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로 1이닝씩 끊어서 어떻게든 막아보려했어요. 거기서부터 어긋나게 된거죠. 그래서 노경은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거에요(웃음).
-노경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고, 또 그 역할을 잘해줬는데요.
노경은은 가장 짧게 몸을 풀고 올라올 수 있는 선수,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던질 수 있는 선수입니다. 그 역할을 다른 선수보다 노경은이 맡아줘야 했어요. 그래서 계속 준비시켰어요. 체코전 끝나고 소형준 다음 정우주가 나오기로 했는데 왜 중간에 노경은이 들어갔냐는 이야기를 기자분들이 하시더라고요. 정우주는 주자가 없는 상황, 가능하면 하위 타순을 상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 어린 선수니까 조금 더 편안한 상황에서 내고 싶었어요. 아무리 평가전에 좋았다고 하더라도 WBC 본 경기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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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까지 가장 컨디션이 안좋은 선수 탑3 중 한명이 조병현이었어요. 불펜 피칭을 할때 스스로 굉장히 답답하고 힘들어했어요. 본인 공이 안나오니까. 제가 불펜에 가서 보는데도 다른 투수들보다 병현이가 안좋더라고요. 근데 대회에 들어가니까 좋아졌어요.
-시즌 때와 비교해 베스트는 아니지 않았나요?
지금 시즌때보다 더 좋은 선수는 없었어요.
-마지막 9회에도 믿을 수 있는 투수는 다시 조병현이었는데요. 어떤 생각이셨나요.
조병현 아니면 없었어요. (경우의 수에 맞게)이기는 상황이면 무조건 병현이로 가야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우리가 추가 실점을 했다면 다른 투수를 준비시켰는데, 아니면 병현이로 밀고 가려고 했어요. 8회에 믿음을 보여줬고, 병현이는 각이 큰 커브와 떨어지는 포크볼을 던질 줄 아는 투수니까. 스윙이나 범타가 나올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어요. 또 마침 우익수로 옮긴 정후가 수비 하나를 해주고, 하늘에서 도와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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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어요. 그냥 미치는 상황, 정말 정말 미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코치들도 워낙 긴장감 속에 있었기 때문에 다같이 울고. 선수들과 얼싸 안고 껴안았는데 누구랑 뭘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웃음) 기억이 흐릿하네요.
-마이애미에 가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셨는데요.
마이애미가 우리 목표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어요. 1차 목표라고 했죠. 2라운드에 가는 게 우리의 끝이라는 표현은 쓰고싶지 않았어요. 우리가 3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을 했고, 객관적으로 1라운드 4경기가 쉬운 경기가 하나도 없다는 예상도 했었고. 그래서 첫번째 목표였는데, 참 어려웠지만 그 약속이나 성과를 낸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에게 계속 고맙다고 한 것 같아요.
-한국계 선수들(데인 더닝, 셰이 위트컴, 저마이 존스)도 대표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드라마틱한 퍼포먼스는 아니었죠. 하지만 우리팀 안에서 본인들의 역할을 해줬어요. 첫번째가 대표팀에 대한 진정성이고, 그 다음이 성적이었어요. 그 선수들 덕분에 건강한 대표팀이 됐어요. 이 선수들도 본인의 커리어나 욕심, WBC 한번 가보고 싶으니까. 이런 생각으로 온 게 아니라 정말 대한민국, 엄마의 나라에 대한 진심이 있었어요. 더닝이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연투를 해본 적이 없대요. 대만전이 끝나고 제가 따로 불렀어요. '호주전 준비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더니 '저는 무조건 준비가 됩니다. 무조건 할 수 있습니다' 하더라고요. 대만전에 홈런을 맞으면서 역전을 당한 게 너무 분했던 것 같아요. 자기가 경기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홈런을 맞아서. 호주전에 무조건 나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투구수 몇개까지 되겠냐고 물었더니, '60개(제한 투구수)까지 무조건 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얼마나 고마워요. 절대 60개 던지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라도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나갈 수 있다고 해주더라고요. 그러면 믿어야죠. 그리고 호주전 7회에 나가서 1이닝을 막아줬고. 한국계 선수들이 크게 드러나진 않았다고 보실 수 있지만, 세세하게 들어가면 이런 부분들이 있었어요.
~인터뷰 ②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청담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