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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럴 거면 도대체 왜 행사를 하는 건가."
매번 똑같다. 식상하다.
이전에는 미디어데이 전까지 개막전 선발 카드가 꽁꽁 감춰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미디어데이가 기다려졌다. 어떤 투수끼리 붙을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 하지만 최근은 일반팬들도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고, 현장도 개막전 선발을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다 알려져있다. 개막전 선발 발표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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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틀이 깨지기 시작했다. 방송에 신분이 노출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기자들이 많았다. 그러니 질문 수도 줄어들고, 뻔히 하는 질문만 나왔다. 방송 부담을 떠나, 방송에서는 질문하는 이도, 답을 하는 이도 정제를 해야 한다. '날 것'을 기다리는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는 환경이다. 굳이 형식적 질문, 대답을 나서서 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미디어데이는 미데어데이가 아니다. 팬 페스티벌 정도로 표현하는 게 맞는 듯 하다. 수 년 전부터 선수들 우승 공약만이 화제가 됐다. 야구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오가는 게 아니라, 그런 부분에만 집중이 됐다. 이제는 아예 취재진 질문 기회조차 사라졌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는 방송사 진행으로만 코너가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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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짐이 있자 KBO는 몇 년 전부터 본 행사 후 선수들 라운드 인터뷰 시간을 마련했다. 그런데 이것도 서로 힘들다. 특정 구단, 선수들에게만 취재진이 몰리면 몇몇 구단 관계자들과 선수들은 뻘쭘하게 자리만 지킨다. 호객 행위를 하는 듯한 장면까지 연출된다. 또 선수는 이 기자가 물어본 질문을, 다른 기자가 똑같이 물어보면 또 대답해야 한다. 스트레스다. 심지어 그 짧은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선수들도 먼저 일어난다. 실제 이날도 본 행사가 예정보다 훨씬 길어져, 그 시간에 맞춰 기차표를 끊은 일부 구단 선수들이 먼저 자리를 떴다.
선수들도 할 말 많다. 오래 전부터 지방 구단 선수들이 총대를 멨다. 개막 직전 서울을 오가며 컨디션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와서 보람된 일이라도 하면 모를까, 멍하니 앉아있다 질문 한두개 받고 끝나면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다. 또 선수들 챙기느라 프런트들도 다 같이 고생이다.
무색무취, 누구도 웃지 못하는 이 행사가 과연 계속 이어져야 할까. 실제 야구계 여기저기서 '미디어데이를 굳이 해야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일찍부터 나왔다. 당장 주최측인 KBO도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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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도 아이디어를 냈다. 5개 구장 개막전 하루 전, 구장별 미디어데이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 한 경기, 맞서는 두 팀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들이 오갈 수 있다. 선수단도 이동하지 않아도 돼 부담이 덜하다. 그런데 KBO 고위 관계자는 "왜 개막 하루 전부터 일을 해야하느냐며 난색을 표한 구단이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