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일 만에 돌아온 39세 베테랑, 물오른 롯데 타자들 135㎞ 직구에 쩔쩔, 이래서 끝까지 기다렸구나

기사입력 2026-03-29 04:26


279일 만에 돌아온 39세 베테랑, 물오른 롯데 타자들 135㎞ 직구에…
2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시범경기. 5회초 삼성 백정현이 역투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24/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이래서 끝까지 기다렸다.

삼성 라이온즈 베테랑 좌완 백정현(39)이 마침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어깨 부상을 털고 무려 279일 만에 선 1군 마운드. 전광판에 찍힌 직구 구속은 시속 130km대에 불과했지만,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포스가 숨어 있었다.

백정현은 2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팀이 0-6으로 뒤진 8회초 2사 1, 3루에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6월 4일 인천 SSG전 이후 어깨 부상으로 긴 재활 터널을 지난 뒤, 무려 279일 만에 갖는 감격적인 1군 복귀 무대.


279일 만에 돌아온 39세 베테랑, 물오른 롯데 타자들 135㎞ 직구에…
2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시범경기. 5회초 삼성 백정현이 역투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24/
추가 실점을 막고 마지막 반격을 도모해야 할 위기상황. 벤치의 선택은 베테랑의 노련함이었다.

박진만 감독은 시범경기 최종전까지 백정현의 투구를 끝까지 확인한 뒤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정현이 오늘 던지고 나서 몸 상태에 따라 엔트리가 1,2명이 변동될 수 있다"는 설명.

"몸 상태는 100%지만 구위가 더 올라와야 한다"는 선수의 냉정한 자기 평가 속에서도, 박 감독은 백정현이 가진 경험과 위기관리 능력을 믿었다.

실제 마운드에 오른 백정현은 구속 경쟁 대신 구종 다양성과 템포 조절로 물오른 롯데 타선을 잠재웠다. 1⅓ 4타자를 단 15개의 공으로 삭제했다. 김민성 레이예스 손호영 윤동희 등 이날 가장 타격감이 좋았던 4명의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퍼펙트 피칭으로 첫 등판을 마쳤다. 전 타석 홈런의 주인공 레이예스를 상대로 136㎞ 직구로 3구 삼진도 잡아냈다.


이날 백정현의 직구 최고 구속은 137㎞에 그쳤다. 하지만 롯데 타자들은 느린 직구와 더 느린 변화구에 타이밍을 전혀 잡지 못했다.

비결은 완벽한 완급 조절과 예리한 제구력에 있었다.

백정현은 130km대 직구에 이어 120km대의 포크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100km대까지 떨어지는 느린 커브를 자유자재로 섞어 던졌다. 구종 간 10~30km의 속도 차를 이용해 상대 타자들의 배트 타이밍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279일 만에 돌아온 39세 베테랑, 물오른 롯데 타자들 135㎞ 직구에…
2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시범경기. 5회초 삼성 백정현이 역투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24/
비록 팀은 패했지만, 백정현의 투구는 개막전 패배로 살짝 가라앉은 삼성 덕아웃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백정현의 성공적인 복귀는 올 시즌 삼성 마운드 운용에 가뭄의 단비와 같다.

현재 삼성 불펜진은 배찬승, 이승민 등 재능 있는 신예 좌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풍부한 선발과 불펜 경험을 갖춘 백정현의 합류는 신예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동시에, 박진만 감독에게 확실한 승부처 카드를 제공하게 됐다.

"엔트리에 드는 것보다 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몸을 낮췄던 백정현. 39세의 나이, 느린 공으로도 마운드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의 귀환은, 왜 삼성이 끝까지 그를 기다렸는지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이었다.

라팍을 가득 메운 2만4000명 팬들의 박수 속에 돌아온 '백쇼'의 시즌이 이제 막 시작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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