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뭇거뭇' 땀으로 씻겨진 선크림 빈자리, "살아남겠다는 생각 없다. 올해가 마지막" 서른일곱 내야수의 오늘을 사는 법

최종수정 2026-03-30 06:48

'거뭇거뭇' 땀으로 씻겨진 선크림 빈자리, "살아남겠다는 생각 없다. 올…
29일 인터뷰 하는 노진혁.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살아남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없습니다. 은퇴하는 순간 후회하지 않도록, 일단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가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베테랑 내야수의 얼굴에는 거뭇거뭇 태양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치열했던 지난 겨울의 기억들.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6 프로야구 개막 이틀째 경기를 앞두고 만난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노진혁(37)은 담담하게 새 시즌 소감을 밝혔다.


'거뭇거뭇' 땀으로 씻겨진 선크림 빈자리, "살아남겠다는 생각 없다. 올…
29일 인터뷰 하는 노진혁.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롯데와의 '솔직하게 말해' 성공이라 말할 수 없었던 FA계약 마지막 시즌. 엄청 많은 땀을 흘리면서 준비했다.

그렇지만 뭔가 '지난 시간을 단숨에 만회하고 싶다'는 느낌은 아니다.

"계약 마무리 시즌이기도 하고, '그래서 엄청 잘해야겠다' 이런 것보다 그냥 제가 은퇴를 해도 후회하지 않게 하고 싶고, 후배들한테 안 좋은 모습 보이기 싫어서 그런 마음가짐으로 캠프에 열심히 임하다 보니까 몸이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

들 뜨지도, 그렇다고 가라앉지도 않는 차분한 마음이 느껴진다.
'거뭇거뭇' 땀으로 씻겨진 선크림 빈자리, "살아남겠다는 생각 없다. 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5회초 롯데 노진혁이 솔로홈런을 날렸다. 득점하는 노진혁.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3.29/
2026년 스타트. 출발이 산뜻하다.


심상치 않은 타격 페이스로 팀의 개막 2연승을 이끌었다. 28일 대구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상대 에이스 후라도를 상대로 결정적인 2루타를 포함, 멀티히트(4타수 2안타)를 기록한 그는 29일 2차전에서는 팀이 2-0으로 달아나는 귀중한 솔로 홈런까지 쏘아 올리며 '해결사' 면모를 과시했다.

사실 노진혁의 이번 시즌 준비는 '2군 캠프'라는 낯선 환경에서 시작됐다.

"NC나 롯데에 와서 했던 캠프 중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재밌었어요. 진짜 힘들어서 처음 왔을 때 어디 나가지도 않고 방에서 9시 반에 잠들곤 했어요. 프로그램 수영도 하고, 야간 운동도 하다 보니까 오랜만에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또 젊은 선수들이랑 같이 하다 보니까 그런 에너지들을 제가 또 따라가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옛날 생각도 나고 나름 재미 있었어요. 2군에서 몸을 만들고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고 시설이나 이런 환경도 너무 좋아서 재밌었습니다."


'거뭇거뭇' 땀으로 씻겨진 선크림 빈자리, "살아남겠다는 생각 없다. 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5회초 롯데 노진혁이 솔로홈런을 날렸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노진혁.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3.29/
현재 노진혁에게 고정된 주전 자리는 없다. 복귀가 임박한 한동희와 팀 내 유망주들의 성장, 징계중인 선수들이 돌아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처지다.

수비에서의 불안감에 대해 묻자 그는 담담하게 의지를 드러냈다.

"원래 제 자리가 딱 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처지가 됐더라고요. 하지만 이 또한 고참이라면 겪어야 할 과정이죠. 완벽하게 잡지 못한다면 몸으로 막아서라도 버텨보려 합니다. 1루수만의 요령도 빠르게 익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29일 삼성전에서 노진혁은 아쉬운 송구 실책을 범하기도 했지만, 3회 이재현의 강습타구를 온 몸으로 막아내는 수비로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허리 부상 이슈도 이제는 통제 가능한 범위에 들어왔다. 그는 "이제는 몸이 불편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요령이 생겼다"며 "오히려 예전보다 몸 상태나 자신감은 더 좋아지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거뭇거뭇' 땀으로 씻겨진 선크림 빈자리, "살아남겠다는 생각 없다. 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5회초 롯데 노진혁이 솔로홈런을 날렸다. 홈런을 허용한 삼성 최원태.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3.29/
최형우, 노경은 등 리그를 호령하는 '노장'들의 활약 속에서도 노진혁은 미래를 기약하지 않았다.

"그건 일단 살아남는 자의 몫인 거고요. 지금은 제가 살아남아야지 그런 게 있기 때문에 더 오래한다 이런 생각은 안 하고 그냥 일단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하고 있습니다."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올해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미.

어린 선수들이 돌아오면 다시 벤치로 밀려날지도 모르는 신세지만 노진혁은 먼 미래를 그리지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가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고참 선수. 땀으로 지워진 선크림 빈자리에 거뭇한 흔적의 영역이 조금씩 더 넓어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