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6~7명까진 상대해봤는데…9명 전체가 좌타자로 나온 건 생전 처음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파격 라인업이 현장을 놀라게 했다. 삼성은 5일 수원 KT 위즈전에 1~9번 타자 전원이 좌타자로 구성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원체 주력 선수들이 왼쪽으로 쏠린 구성인데다, 우타자인 이재현-강민호가 부상과 휴식으로 빠지면서 우연찮게 이뤄진 것. '9명 전원 좌타' 라인업은 프로야구 45년 역사상 처음이다.
다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약 2시간 32분만에 KT의 2대0 승리로 끝났다. 수원 현장의 1만7000석이 3경기 연속 꽉찬 가운데, KT 선발 보쉴리, 삼성 선발 오러클린의 호투가 돋보였다.
'9명 전원 좌타' 라인업을 맞상대하는 투수의 속내는 어땠을까. 경기 후 만난 보쉴리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며 웃은 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내 투구에 집중했다"고 답했다.
보쉴리는 직구와 투심, 체인지업, 컷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까지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다만 이날은 철저하게 우타자 바깥쪽에 초점을 맞춰 전체 투구수 92개 중 투심(42개)과 체인지업(29개)으로 삼성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그는 "오늘 전체적으로 좋았는데, 특히 체인지업이 잘 먹혔다. 투심은 몰리면 장타 확률이 높은 공인데, 투심도 오늘 제구가 잘됐다"면서 "최대한 수비를 이용해 맞춰잡는 투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화 이글스전을 마친 뒤 "5이닝 무실점을 했지만, 볼넷 2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던 그다. 이날도 볼넷이 2개 나왔다. 특히 6회초 시작과 함께 무사 1,2루를 자초한 연속 볼넷이었다. 최형우의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마무리짓긴 했지만, 그는 "이런 상황이 나오면 안된다. 던지다보면 볼넷이 나올수도 있지만, 이렇게 선두타자부터 연속 볼넷은 개인적으론 매우 아쉽다"고 강조했다.
더블플레이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만만한 포효까지 펼쳤다. 그는 "캠프 때부터 보니 우리 내야진이 병살 플레이를 정말 잘하더라. 딱 땅볼 타구 나오는 순간 '병살이다!'라고 생각했다. 내 근육이 그 기억을 떠올린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투구를 마친 그는 투수코치 및 통역과 다정하게 포옹했다. 어려운 이닝의 압박감을 잘 이겨냈고, 또 이날의 투구를 잘 끝냈다는 안도감이 컸다고.
보쉴리가 등판한 2경기 모두 현장은 매진이었다. 그는 경기 내내 뜨거운 응원이 펼쳐지는 한국 야구 스타일에 대해 "한국 팬들은 (좋은 의미로)미친 것 같다. 정말 응원이 대단하다. 나도 함께 즐기고 있다"면서 "앞서 홈경기 2경기를 너무 아쉽게 졌는데, 내가 홈 첫승이라 영광이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