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끝판대장'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걸까.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경기 후반 불펜 운영 전략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LB닷컴은 22일(한국시각) '전통적인 마무리 투수들이 사라지고 있는 걸까'라며 '마리아노 리베라는 현역 시절 652세이브를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 기록은 앞으로 오랫동안 깨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만약 리베라가 오늘날 빅리그에 데뷔했다면 이와 같은 인상적인 기록을 쓰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적었다.
물론 현재 메이저리그에 마무리 투수의 존재감이 사라진 건 아니다. 165㎞ 이상 강속구를 뿌리는 '미국의 끝판대장' 메이슨 밀러(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올 시즌 11차례 등판 모두 9회 세이브 내지 동점 상황에 등판했다. 데이비드 베드나(뉴욕 양키스), 요안 듀란(필라델피아 필리스), 아롤디스 채프먼(보스턴 레드삭스), 조던 로마노(LA 에인절스), 데빈 윌리엄스(뉴욕 메츠)도 전통적 마무리 투수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에선 마무리급 투수를 이른 이닝 승부처에 내보내는 전략이 사용되고 있다. MLB닷컴은 '올 시즌 초반 23경기 동안 86명의 투수가 최소 1세이브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4시즌 동안 매년 200명 이상의 투수가 1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 이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각 팀이 예전처럼 특정 마무리 투수에 의존하지 않고 불펜 투수를 다양하게 활용한다는 걸 의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아메리칸리그의 한 관계자는 "이런 전략이 전통적 마무리 투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팬으로서 이런 변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충분히 근거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대팀 최고 타자를 상대로 최고의 투수를 투입하려 한다. 왜냐면 그 순간이 승패를 가르는 승부처이기 때문"이라며 "8회에 최고의 불펜 투수를 투입해 상대 중심 타선을 상대하거나, 오프너를 활용해 상위 타자를 상대하게 하는 게 9회에 7~9번 타자를 상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LB닷컴은 '이런 변화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 최근 몇 시즌 간 꾸준히 이어져 온 추세'라고 지적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토리 러벨로 감독은 "7~9회 필승조 구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하지만 요즘 불펜은 모든 투수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며 "20년 전엔 마무리 투수가 9회까지 기다리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의 마이크 헤이젠 단장도 "마무리 투수에게 3연투를 시키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백업 투수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셔널리그의 한 관계자는 뉴욕 양키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서 뛰었던 앤드류 밀러를 '전천후 불펜'의 시초로 봤다. 그는 "당시 양키스의 조 지라디 감독은 6회부터 그를 기용했고, 종종 상대 중심 타선을 상대하게 했다. 밀러는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기용됐다"며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7~9회보다 더 일찍 찾아올 수 있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서 이기려면 9회에 마무리 투수가 아닌 다른 투수를 기용하는 것도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MLB닷컴은 '세이브와 같은 기록은 연봉 조정 청문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때문에 선수들이 세이브 기회를 얻고 싶어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메리칸리그의 한 관계자는 "어떤 선수들은 보수적이고 루틴을 중시한다. 채프먼이 좋은 예다. 그는 항상 9회에 등판하고 싶어 한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잡는 게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 믿는다"며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고, 그게 하위 레벨의 리그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선수에게 '우리는 너를 중요한 순간에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도록 쓸거야'라고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