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웃이라고? 방금 세이프 아냐?"
아무리 야구가 9회말 2아웃부터라지만, 극적인 흐름에 심판의 오심이 더해지면 뒷맛이 씁쓸해진다.
28일 수원 KT위즈파크. 어느덧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시작된지 3시간 20분쯤을 새길 시각.
KT가 3-5로 뒤진채 9회말 2아웃 주자 만루. 양팀 공히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고 긴박해진 순간이었다.
KT 타자 최원준의 타구는 빗맞은채 유격수 앞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LG 유격수 오지환이 재빨리 잡아 1루로 던졌지만, 최원준은 리그에서도 손꼽히게 빠른 선수다. 타구 속도만 봐도 결과를 예상하긴 어렵지 않았다. 공이 도착했을 땐 최원준은 총알처럼 1루를 지난 뒤였다.
그런데 다음 순간 김갑수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언뜻 보기에도 타자가 빠르게 느껴졌던 만큼, 순간 현장은 물음표 어린 탄성으로 가득 찼다. LG 팬들조차 순간 함성을 지르기보단 짧은 침묵으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을 정도.
2점차였지만 역전 주자가 나가있는 상황, 앞서 1사 만루에서 강현우가 내야 뜬공으로 아웃된 직후라 KT 입장에선 더욱 허탈한 결과였다.
다행히 비디오 판독이 남아있었다. 2020년대의 한국 야구팬은 대부분의 오심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발끈하기에 앞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는지를 확인한다.
KT는 즉각 비디오 판독을 신청해 1루심의 오심을 바로잡았다. 아웃을 선언하는 와중에도 의문을 표했던 해설진 역시 느린 그림을 본 뒤엔 "공의 도착 시간과 타자의 발이 많이 차이난다"며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KT는 기회를 이어갈 수 있었고, 김현수의 동점 밀어내기 볼넷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연장 10회말 강민성의 드라마 같은 끝내기로 3시간 48분의 대장정을 마무리지었다.
KT에 기회가 남아있었던 건 KT와 심판 양쪽에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앞선 상황에서 KT가 비디오 판독을 소모한 뒤였다면 어땠을까. 이날 경기는 그대로 심판의 소위 '퇴근콜' 한방에 끝이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8년차 무명 선수의 간절함, 감격적인 데뷔 첫 끝내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겨울 4년 48억원에 KT로 FA 이적하면서 '오버페이'라는 뜨거운 비판을 받았던 최원준은 이번 시즌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1회말 2,3루 연속 도루에 이어 마지막 순간의 내야안타까지, 최원준의 필사적인 주루플레이 또한 묻힐 뻔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