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항상 한화랑 할 때 기도해요. 꼭 무조건 잘 던지게 해달라고."
KIA 타이거즈의 올겨울 최고 영입을 꼽으라면 단연 좌완 필승조 김범수다. 계약 규모는 3년 20억원. 김범수는 스프링캠프 직전까지 원소속팀 한화 이글스와 협상에 진척이 없자 KIA에 영입 의사를 물었고, 마침 불펜이 부족했던 KIA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불펜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 고액 계약을 원한다는 소문과 달리 김범수는 합리적인 금액에 사인을 했다.
김범수는 올 시즌 18경기에서 1세이브, 6홀드, 13이닝, 평균자책점 6.23을 기록했다. 2차례 대량 실점한 경기가 있어 평균자책점이 높지만, 나머지 경기는 매우 안정적으로 잘 틀어막았다.
5일 광주 한화전에서는 최대 위기에서 김범수가 말 그대로 팀을 구원했다. 7-5로 앞선 6회초 1사 만루 위기. 한화 4번타자 강백호 타석을 막지 못하면 동점 내지 역전까지 흐름이 바뀔 수 있었다. KIA 벤치는 최대 위기에서 조상우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김범수를 올렸다.
김범수는 초구 슬라이더로 강백호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2구 직구는 스트라이크. 볼카운트 0B2S로 유리한 상황에서 3구째 몸쪽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2루수 병살타를 유도했다. 최대 위기를 막은 김범수는 포효했고, KIA는 12대7로 이겼다.
김범수는 "원래 왼손 타자에 맞춰서 준비를 하고 있었고, 작년부터 이런 상황이 많아서 특별할 것은 없었다. 강백호 선수랑 나랑 1대1로 붙었을 때 내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냥 자신 있게 (공을) 넣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병살타를 유도한 것과 관련해서는 "느낌이 왔다. 0B2S 때 뭔가 그 코스로 던지면 (김)선빈이 형한테 갈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근데 공기 정확히 또 거기로 갔고, 다행히 선빈이 형이 잘해줘서 마무리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친정팀 한화를 만나면 유독 더 강해진다. 한화 상대로 3경기에 등판해 1세이브, 2홀드, 1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범수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한화를 만나면 승부욕을) 불태운다. 많이 잘 던지고 싶다. 어쨌든 KIA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데리고 갔지만, 내가 왜 여기 있어야 되는지를 한번 더 계속 보여주고 싶다. 어쨌든 선수라면 당연한 것이고, 할 때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항상 한화랑 할 때는 기도를 한다. 정말 잘하게 해달라고. 그냥 오늘만 잘해도 되니까. 오늘 한화랑 할 때는 무조건 잘 던지게 해달라고 항상 기도하면서 마운드에 올라간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이어 "물론 한화에 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런 경기를 하면 안 되니까 어떻게든 마음을 빨리 잡으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야구를 최대한 마운드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옛날 동료들은 또 옛날 동료들일 뿐이고, 나는 지금 KIA에 있기에 KIA 선수들을 위해서 던져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생각(옛 동료를 상대하는 게 힘들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범수는 비시즌에 KIA가 새로 영입한 불펜 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태양과 홍건희 모두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이태양은 가벼운 부상이라 복귀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고, 홍건희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특히 이태양은 한화에서 같이 KIA로 이적해 의지했던 형이라 허전하긴 하다.
김범수는 "(이)태양이 형이 최근 2년 동안 1군에서 야구를 안 했지 않나. 태양이 형도 정말 열심히 잘 준비해서 어떻게든 보여주려고 했는데, 대전에서 경기할 때 안 되는 힘을 쓰더라. 첫 경기 때 내가 봤을 때는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안 되던 148㎞를 던져가지고. 그냥 원래 던지던 스피드로 던지지 왜 무리해서 이렇게 됐냐'고 하니까 형이 '그냥 알아서 할게'라고 하더라. 알아서 하고 지금 재활군 내려가 있으니까 조금 슬프다. 태양이 형이 정말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라서 금방 올 것 같지만, 그래도 동생으로서 계속 한 팀에서 오래 뛰고 싶은 마음이다. 그냥 빨리 돌아올 수 있게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진심을 이야기했다.
이적생 외에도 전상현 이준영 등 부상자들이 더 있어 김범수의 책임감은 더 커졌다. 2024년 통합 우승의 주역인 좌완 곽도규가 팔꿈치 부상을 회복하고 곧 1군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김범수는 "처음에는 책임감이 컸다. (정)해영이도 빠지고, (전)상현이, (이)준영이 형, (홍)건희 형 다 빠지니까. 어쨌든 야구를 할 수 있는 베테랑 선배들이 다 빠져서 중심을 잡아줘야 했다. 나도 처음 그런 책임감을 느끼니까 조금 힘들더라. 다행히 해영이가 돌아오고 불펜이 조금 수월해지면서 편하게 던지고 있다. 해영이가 자기 페이스를 찾으니까 조금 더 수월하다"며 지금처럼 계속 팀에 도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