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진짜 너무 무서웠다. 5회까지도 계속 떨렸다."
이런 호투를 해줄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육성 선수로 입단해 데뷔 첫 1군에 오른 선발 투수가 LG 트윈스의 강타선을 5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한화 이글스의 '일준영' 박준영(68번)이 데뷔 첫 등판에서 첫 승을 거뒀다. 이는 역대 KBO리그에서 36번째다. 그리고 육성 선수 출신으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박준영은 10일 대전 LG전서 5이닝 동안 3안타 3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5회까지 타선이 7점을 뽑아주면서 여유있는 승리 투수 요건이 갖춰졌고 끝내 9대3으로 승리하며 박준영의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최고의 날이 완성됐다.
한화에는 박준영이 2명있다. 보통 팬들이 아는 박준영은 2022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입단한 96번이다. 이날 승리투수가 된 박준영은 올해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96번 박준영이 2003년생, 68번 박준영이 2002년생이어서 한화 선수들은 이날 등판한 68번 박준영을 '일준영', 96번 박준영을 '이준영'이라고 부른다고.
지난 5월 6일 롯데와 퓨처스리그 경기를 던진 다음날 선발 등판을 통보받았다. 박준영은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지금까지 수없이 달려왔기에 너무 기쁘고 하늘을 날아다닐 것 같았다"며 "그래도 차분해져서 후회없이 마운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내려오자고 다짐했다"며 당시 선발 통보를 받았던 순간을 말했다.
1회초가 위기였다. 선두 홍창기를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구본혁에게 볼넷, 오스틴에게 2루타를 맞고 2,3루의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오지환을 삼진, 천성호를 유격수 플라이로 잡고 무실점으로 넘겼고, 이후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갔다.
초반엔 떨렸을 것이고 언제쯤 안정을 찾았을까. 박준영은 "솔직히 1회부터 5회까지 계속 떨렸다"며 "진짜 많이 떨렸는데 그래도 마운드에서 최대한 엄청 즐기려고 했다. 그래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처음부터 5회까지 던진다고 생각을 안했다. "그냥 1이닝씩만 보고 계속 던졌다. 그러다보니 4회가 되고 5회가 됐다. 그때서야 아 이제 5회도 던졌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5회를 마쳤을 땐 6회도 준비했었다. 박준영은 "다음 이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치님께서 구위도 떨어지기도 했고 고생했고 잘해줬다고 하셨고, 감독님께서도 너무 고맙고 나이스 피처라고 해주셨다. 너무 기뻤다"라고 데뷔전을 끝낸 순간을 말했다.
많은 관중이 있는 경기장은 그래도 지난해 야구 예능 '불꽃야구'에서 경험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박준영은 "오늘 하루 진짜 잊지 못할 것 같다"며 "그 환호와 함성이 나에게 진짜 많은 힘이 됐다.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 내가 그만큼 더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더 잘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