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어느 순간 타석에 들어갈 때 바보 같은 걸 알면서도 삼진을 안 당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타석에 들어간 적이 많더라고요."
두산 베어스 내야수 강승호는 지난 2년 동안 처절히 반성하는 시간을 보냈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SSG 랜더스로 FA 이적한 최주환(현 키움 히어로즈)의 보상선수로 두산에 온 뒤로 줄곧 주전 대우를 받았다.
두산은 강승호를 주전 2루수로 키울 생각이었고, 강승호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비FA 야수 고과 1위에 오르며 꾸준히 성장 곡선을 그렸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시즌 통산 성적은 2할6푼5리(1685타수 446안타), 42홈런, 239타점, OPS 0.731이었다. 그는 자연히 보상선수 성공 신화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갑자기 슬럼프가 찾아왔다. 붙박이 주전 3루수였던 허경민이 KT 위즈로 FA 이적하자 두산은 강승호가 2루를 떠나 3루수로 전향하기로 했는데, 여기서 꼬였다. 포지션을 전환한 시점에 타격 부진이 같이 찾아오자 좀처럼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해는 115경기 400타석의 기회를 얻었다.
올해는 선발로 꾸준히 출전할 기회가 더 줄어들었다. 1루수로 주포지션을 또 바꿔 양석환과 출전 시간을 양분했고, 2루수는 박준순이 확고히 주전을 차지한 가운데 한번씩 백업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주전 타이틀을 되찾기는 부족했다. 타율은 2할2푼4리(67타수 15안타)에 머물러 있고, 아직 마수걸이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타점도 3개뿐. OPS는 0.523이다. 아무래도 출전 기회가 꾸준하지 않다 보니 결과를 내기가 더 어렵기도 했다.
지난 2년 동안 강승호는 슬럼프 탈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강승호는 "작년에 안 좋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느 순간 타석에 들어갈 때 바보같은 것을 알면서도 삼진을 안 당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타석에 들어간 적이 많았다.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삼진에 대한 부담이 많다 보니까. 내 딴에는 좋은 타격도 안 나오고, 내 포인트에서 공을 맞히기 힘들다 보니까 좋은 타격을 못하고 있었다. '삼진 당하지 마'라는 말을 많이 들으니까 나도 모르게 '삼진 당하면 안 되지'라고 되뇌다 보니까 오히려 더 삼진이 많아지고 내 타격을 못하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삼진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졌을까.
강승호는 "최근에는 괜찮았다. 앞으로도 이런 생각이 안 들면 좋겠다. 나도 생각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데도 자꾸 그런 생각이 드니까.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거라서 더 많이 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승호는 16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터닝 포인트가 될 타격을 했다. 9-9로 맞선 연장 11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10-9 승리를 이끌었다. 강승호의 개인 첫 끝내기 희생플라이였고, 두산 이적 후 처음 끝내기의 주인공이 됐다.
강승호는 "요즘 경기를 많이 못 나가고, 최근 몇 경기 선발로 나가고 있었는데 감이 좋았다. 감독님께서 끝까지 믿어주신 덕분에 끝내기를 칠 수 있었다. (박)지훈이가 2루 도루를 하고, (오명진 타석에) 초구 볼이 들어왔기 때문에 1루까지 채우고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가 예상한 구종이 와서 좋은 타격을 할 수 있었다. 내가 9회에도 끝내기 기회를 한번 날렸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는데, 그래도 내가 마지막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한번 더 와서 이번에는 무조건 내가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두산에서 첫 끝내기를 장식한 강승호는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평소보다 더 크게 세리머니를 했다.
강승호는 "어떤 플레이를 하고 액션을 취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잠실에서 첫 끝내기고, 두산 유니폼을 입고 첫 끝내기라서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더라. 내가 든 게 아니라 올라갔다. 누가 잡아 끌어올렸나 보다"라며 웃은 뒤 "경기 전에 이진영 코치님께서 타자 박스 위치를 조금 앞으로 옮겨보자고 하셔서 그렇게 했고, 좋은 결과가 있었다. 한 보 정도 차이지만, 타자 입장에서는 엄청 큰 차이다. 한번 코치님 말씀을 듣고 옮겨보자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후배들과 계속 주전 경쟁을 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경쟁에서 이기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끝내기 희생플라이가 그 시작점이 되길 바라고 있다.
강승호는 "사실 시즌 전에 내가 생각하고 원했던 그림은 아니지만, 어쨌든 후배들과 경쟁을 통해서 나도 성장을 하는 것 같다. 후배들 또한 나랑 경쟁하면서 좋은 경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팀에는 좋은 영향인 것 같다"며 건강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