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011년부터 포수 골든글러브는 양의지(두산) 강민호(삼성) 단 두 선수만의 독과점 영역이었다.
무려 15년, 긴 세월 동안 두 베테랑 포수가 팀을 옮겨가며 천하를 양분해왔다.
롯데 강민호가 2011년 부터 3년 연속, 두산 양의지가 바통을 이어받아 2014년 부터 3년 연속 골든글러브 포수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와, NC와 두산을 오간 양의지가 번갈아 가며 2025년까지 둘만의 경쟁을 펼쳤다.
최근까지도 양강체제가 이어졌다. 2024년은 강민호, 지난해인 2025년은 양의지였다.
양의지가 포수로만 9차례, 강민호가 7차례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굳건했던 두 베테랑 포수들의 아성. 2026년 들어 조금씩 흔들릴 조짐이다.
약속이나 한듯 두 장인 포수들이 시즌 초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공교롭게도 양의지 강민호의 '양강체제' 이후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됐던 WBC 국가대표 포수 박동원(LG), 김형준(NC)도 시즌 초 동반 주춤하고 있는 상황. 클러치히터 장성우(KT)는 한승택과 마스크를 나눠쓰며 포수 출전 시간을 줄이고, 지명타자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각 팀 마다 안방마님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시즌.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한화 이글스 대형포수 허인서다. 강한 타격을 앞세워 단숨에 팀 내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차며 무서운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현재 35경기 0.319의 타율과 장타율 0.648, 출루율 0.385. 9홈런. 데뷔 첫 두자리 수 홈런을 앞두고 있다.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힘에 최근 정확도마저 향상되며 공포의 하위타자로 활약중이다.
포수로서도 전반적인 능력에서 합격점. 19일 롯데전에서 도루 3개 허용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평소 칭찬을 자제하던 포수 출신 한화 김경문 감독은 "어떤 포수도 도루 3개 허용할 수 있다"고 적극 감쌌다.
5년 차 허인서는 신인왕 자격이 있다. 현 시점에서 1순위 후보다. 삼성 장찬희, 키움 박준현, 롯데 박정민 등 순수 신인 투수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존 포수들의 동반 부진 속 조심스레 골든글러브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올해 첫 주전포수로 도약한 유망주가 신인왕에 이어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다면 그야말로 '파란' 그 자체다.
지난 15년간 단단한 벽처럼 굳건했던 '양강체제'의 종식을 중고 신인 포수가 깬다면 한국 프로야구 안방이 새 역사가 씌여지게 되는 셈.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멀다. 시즌은 이제 막 30% 가까이 지났을 뿐이다.
우선, 자신과의 싸움이 관건이다. 본격적인 무더위에 첫 풀타임 시즌을 끝까지 잘 버텨낼 수 있느냐가 가장 큰 화두.
잠시 주춤하고 있는 터줏대감 포수들의 회복도 무시할 수 없다.
경험을 갖춘 베테랑 포수들이 이대로 쉽게 물러설 리가 없다. 이미 양의지 강민호는 최근 5,6경기에서 타격감을 회복한 모습을 보이며 동반부진을 마치고 동반반등을 예고했다.
양의지는 최근 5경기 0.389의 타율과 3홈런, 7타점으로 회복중이다. 다만, 포수로서 출전 경기가 줄어들고 있는 점이 관건.
강민호도 2군 재조정을 거치고 돌아온 뒤 6경기에서 0.450의 타율과 1홈런, 9타점으로 급반등세다.
국대 포수 듀오 박동원과 김형준은 '양강시대' 이후 첫 골든글러브 수상을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최일선 후보들.
과연 허인서가 내외부적으로 닥칠 험난한 환경을 극복하고, 시즌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단숨에 '15년 양강천하'를 무너뜨릴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한화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