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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버렸던 친정을, 적으로 만나다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LG 킬러'의 분노가, 두산 살릴 것인가

입력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SSG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두산 벤자민.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6.05.08/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SSG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두산 벤자민.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6.05.08/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믿을 건 벤자민의 '분노'일 뿐인가.

두산 베어스가 4연패 늪에 빠졌다. 두산은 26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0대6으로 완패했다. 올시즌 가장 잘나가던 2년차 선발 최민석을 내세웠지만, KT의 뜨거운 방망이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두산은 올시즌 개막 후 3번의 5할 승률 정복을 눈앞에 두고 미끄러졌다. 그러다 지난 21일 NC 다이노스전 승리로 기어이 22승1무22패 5할을 맞췄다. 김원형 감독은 "5할에 만족하지 않고, 더 올라가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지난 주말 한화 이글스 대전 원정을 떠나 충격의 스윕패를 당했다. 올시즌 최소 실책으로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던 두산인데 첫 2경기 치명적 실책쇼로 자멸하더니, 마지막 경기는 류현진의 한-미 통산 200승 제물이 된 채 상경해야 했다.

그리고 좋지 않은 분위기에서 만난 KT는 너무 강했다. 치열한 선두 다툼을 하는 강팀. 투-타 모두에서 압도당했다.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와일드카드 2차전, KT 선발투수 벤자민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0.03/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두산의 와일드카드 2차전, KT 선발투수 벤자민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0.03/

5할에서 다시 -4승이 됐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라면 연패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점. 특히 두산은 에이스 플렉센이 어깨 부상으로 빠져있다. 연패를 끊을 때는 에이스의 확실한 투구가 있을 때 가능한데, 두산은 토종 에이스 곽빈도 조금은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확실한 믿을맨'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27일 KT전, 기대해볼만한 요소가 있다. 바로 선발 벤자민이다.

플렉센의 대체 선수. 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건 KT 출신으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2022 시즌 대체 선수로 합류해 재계약에 성공하더니 2023 시즌은 15승에 'LG 킬러'로 리그 최강 좌완으로 인정받았다. 2024 시즌에도 11승을 거두고, 포스트시즌에서 투혼을 발휘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KT는 2025 시즌을 앞두고 벤자민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10승 이상 보장된 투수라는 건 인정하지만, 내구성에 발목이 잡혔다. KT에 오기 전까지 불펜으로만 뛰던 벤자민은 선발로 풀타임을 치러본 경험이 거의 없어 경기 체력과 부상 관리 등에서 애로사항이 있었다. 몸값은 최고 수준으로 올려줘야 하는데, 그 정도 퍼포먼스를 한 시즌 내내 보여줄지에 의문 부호가 찍혔다. KT도 당시 이별이라는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경기. 두산이 4대0으로 승리했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벤자민의 모습.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6.04.29/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경기. 두산이 4대0으로 승리했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벤자민의 모습.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6.04.29/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벤자민은 이제 두산 선수가 됐다. 벤자민도 사람. 자신을 포기했던 팀과의 맞대결, 전투력이 끌어오르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선수가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던 팀을 떠나, 다른 팀으로 가 친정을 상대하면 '뭐라도 보여주겠다'며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으로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우리는 그동안 많이 봐왔다.

벤자민은 너무나 젠틀한 신사. 일단 KT 상대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한국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준 KT에 고마울 뿐"이라며 "전 동료들과 상대를 하는 것 자체로 설렌다"는 정석(?)의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정말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 클 이 경기. 과연 벤자민 파워로 두산은 연패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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