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의도치 않은 벤치 클리어링, 그것도 자신의 사구로 인한 '벤클'이기에 흔들릴만도 했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 선발 투수 최민석의 눈에 흔들림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곧장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굳건한 의지를 표현했다 최민석은 지난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 6안타 7탈삼진에 4사구 2개를 던져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은 최민석의 눈부신 호투를 앞세워 9대1 완승을 거뒀다.
벤치 클리어링 상황은 두산이 6-1로 여유 있게 앞서가던 6회초 키움의 공격 때 발생했다. 선두타자 임병욱이 타석에 들어섰고 마운드에는 여전히 두산 선발 최민석이 서 있었다.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2구째를 던지려는 순간, 임병욱이 타임을 외치며 호흡을 한 차례 골랐다. 그리고 다시 타격 준비를 마친 순간, 최민석의 2구째 145㎞짜리 패스트볼이 임병욱의 엉덩이 쪽을 강타했다.
타임 요청 직후 곧바로 몸에 맞는 볼이 날아왔기에 타자로서는 고의성을 의심하며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앙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에 맞은 임병욱은 방망이를 그라운드에 내던진 채 마운드의 최민석을 향해 걸어 나갔고, 두산과 키움 양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며 홈플레이트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시즌 첫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한 순간이었다.
최민석은 고의가 아니었음을 즉각 행동으로 보여줬다. 사구 직후 곧바로 모자를 벗어 사과의 뜻을 표했던 최민석은, 상황이 정리된 후 1루로 출루한 임병욱을 향해 재차 모자를 벗고 두 차례나 고개를 숙이며 진심 어린 미안함을 전했다. 임병욱 역시 이를 받아들이며 신경전은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인사는 인사고 경기는 경기였다. 최민석은 4구 143㎞커터로 후속 타자 최주환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들었다. 두산 김원형 감독도 이같은 최민석의 강심장에 혀를 내둘렀다. 김 감독은 17일 키움전에 앞서 "최민석이 원래 좀 그런 느낌이 있었다"면서도 "당황할 수 있는 상황이다. 흥분도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침착하게 마운드에서 볼 던지더라"고 웃었다.
이어 "사실 그때 흔들릴 수 있다고 봐서 걱정이 됐다. 다음 타자를 상대하려는 상황에서 투수 코치에게 '올라가서 흥분 좀 가라앉혀줘라'고 말했다"며 "그런데 바로 삼진을 잡더라. 투수 코치에게 '안 올라가도 되겠다'고 했다"고 미소지었다.
올 시즌 5승2패, 평균자책점 3.06이라는 1선발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최민석. 이런 활약은 그의 강심장에서 발현된 것이 아닐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