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야구장에 '귀여운 타짜'가 등장했다.
한화 선발 박준영의 퍼펙트 행진을 무너뜨린 125m짜리 대형 '국대 자축포'도 짜릿했지만, 미트 뒤에서 벌인 여우 같은 심리전은 팬들을 웃게 만들었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상대의 파울 타구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둔갑시키려던 영리한 '안방마님'의 귀여운 비화가 공개됐다.
키움 히어로즈는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3대1 역전승을 거두며 2연승을 질주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건희는 경기 중 포수 미트 뒤에서 벌어진 일촉즉발의 유쾌한 심리전을 고백했다.
2회 타석에 들어선 허인서와의 맞대결 상황에서 김건희의 여우 같은 기지가 발휘됐다. 2S 후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3구 135㎞ 포크볼이 김건희의 미트에 빨려 들어갔다. 허인서가 헛방망이를 돌리는 것처럼 보였다. 알칸타라와 김건희도 자연스럽게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허인서가 웃으며 김건희를 불렀다. "야, 파울이잖아."
김건희도 더그아웃에 들어가면서 바빴다. 공이 방망이에 맞은 흔적을 지우려고 열심히 닦았다. 하지만 잘 지워지지 않았다. 공을 확인한 심판은 파울을 선언했고 알칸타라도 다시 마운드로 발길을 돌렸다.
김건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인서 형 타석 때 공이 방망이에 살짝 닿았다. 그래서 몰래 그 공에 묻은 흙을 손으로 좀 지웠다"고 털어놔 취재진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그냥 그렇게 하려고 작정했던 건 아닌데, 지금 팀이 일단 이겨야 되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최대한 숨기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심판 분들에게 딱 걸려버렸다"며 웃어 보였다.
사실 성공하기 힘든 작전이지만 같은 포지션 동생의 귀여운 연기에 허인서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김건희는 평소 동경해 오던 선배 허인서를 향한 존경심도 함께 표했다. 그는 "인서 형이 타석에 들어올 때도 그렇고, 확실히 수비에서 보여주는 안정감이 너무 인상 깊었다. 선배가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라며 눈을 빛냈다.
이날 김건희는 5회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동점 솔로포도 만들어냈다. 당시 한화 선발 박준영은 5회 1사까지 키움 타선을 퍼펙트로 틀어막고 있었지만, 김건희가 이 기록의 흐름을 단 한 방으로 깨부쉈다.
김건희는 "사실 박준영 선수가 퍼펙트 피칭을 하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며 "첫 타석에서 똑같은 공(체인지업)에 삼진을 당했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그 구종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볼카운트 1B1S에서 볼처럼 들어온 공이었는데 생각하던 구종이 오니 나도 모르게 방망이가 나갔다.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맞는 순간 넘어갔다는 느낌이 와서 더 좋았다"라며 대담했던 홈런 순간을 돌이켜봤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