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분명히 편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두고 '대반전 드라마'라고 표현하면 딱 아닐까.
키움 히어로즈 베테랑 서건창은 롤러코스터같은 야구 인생을 살아오고 있다.
2008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LG 트윈스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2008 시즌 딱 한 타석, 삼진을 당하고 그렇게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신생팀으로 선수층이 두텁지 못했던 히어로즈가 서건창의 열정과 가능성을 보고 그를 품었다. 2012 시즌 주전 2루수로 낙점을 받은 뒤 엄청난 컨택트 능력을 발휘하며 신인상, 골든러브를 거머쥐었다. 2014 시즌에는 KBO리그 역대 최초 200안타 고지를 정복하며 MVP에도 올랐다.
하지만 2015 시즌 주루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 무릎 십자 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당하며 갑작스럽게 선수 생활 위기를 맞았다. 그래도 2016 시즌 182안타, 2017 시즌 179안타를 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그 때 그 부상 후유증에 예상보다 빨리 내리막 길을 타기 시작했다.
2021 시즌에는 2루수가 없어 수년째 골머리를 앓던 LG로 트레이드가 됐다. FA를 앞두고 반전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히어로즈에 있었다면 FA B등급이 될 게 LG에 가니 A등급으로 바뀌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여기에 부진까지 겹쳐 FA 신청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FA 재수.
하지만 2022 시즌부터 출전 경기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전 시즌 대비 반토막이 났다. FA 꿈은 이뤄보지도 못하고 2023 시즌 후 방출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래도 살 수 있다고 2024 시즌 전력 보강을 노리던 KIA 타이거즈가 서건창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2024년 94경기 3할1푼을 치며 KIA의 통합 우승에 공헌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그렇게 원하고 원하던 FA 계약을 체결한다. 1+1년 5억원 계약. 당연히 만족스러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야구를 더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기쁨.
하지만 또 악몽이 찾아온다. 2025 시즌 서건창은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사실상 전력 외 판정을 받았다. 1군 10경기 출전에 그쳤고, 시즌 후 +1년 옵션도 누리지 못하고 또 방출 통보를 들어야 했다.
서건창을 찾는 팀은 없었다. 은퇴를 해야하나 고민할 수밖에 없던 순간, 운명적으로 친정 키움에 돌아오게 된다. KIA에 갈 때도 서건창을 원했던 키움이었는데, 잊지 않고 의리를 지켰다.
물론 쉽지 않았다. 계약이 늦어 스프링 캠프도 가지 못했다. 준비 시간이 짧았다. 또 키움은 젊은 선수 위주 운영을 하는 팀. 시즌 초에는 자리가 없어 보였다. 올시즌 친정 복귀전을 치른 게 5월9일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기대 이상의 안정적 컨택트 능력을 보여줬다. 수비 반경이 좁아지기는 했지만, 2루 수비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베테랑들을 중용하는 설종진 감독과 서건창의 궁합은 잘 맞았다. 그러자 키움은 더욱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운동을 하라고 서건창에게 2년 총액 6억원 비FA 다년계약 선물을 안겼다.
그러니 서건창의 방망이가 더욱 불을 뿜는다. 6월 11경기 타율 3할9푼5리 타율을 기록중이다. 1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친정 복귀 기념 홈런포에 극적 끝내기 3루타까지 쳤다. MVP 시절 서건창의 그 컨택트 능력이 12년 만에 되살아나고 있다.
서건창은 "선수라면 다 그럴 것이다. (계약 후) 분명히 편해졌다고 생각한다"며 다년계약이 최근 활약의 원동력 중 하나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없는 살림 키움에게는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현재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1번타자로 변신한 서건창. 과연 올시즌을 어떻게 마칠 수 있을까. 또 한 번의 반전 드라마를 써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