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고민 서장훈 "이렇게 떠나기에는..."

최종수정 2012-03-18 11:09

올시즌을 끝으로 다시 FA로 풀리는 서장훈은 최고령의 나이이지만 다시 기회를 얻은 뒤 명예롭게 떠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송정헌 기자


"이렇게 떠나기에는 너무 아쉽습니다."

많은 고민을 해서일까. 목소리는 푹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거취를 말하는 대목에서는 안타까운 심경을 대변하려는 듯 무겁게 힘이 실렸다.

한국농구의 살아있는 전설 서장훈(38)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은퇴와 선수생활 지속 여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은퇴보다는 한 번 더 기회를 잡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서장훈은 오는 4월말로 LG와의 1년 계약이 끝난다. 최근 93학번 동기생 추승균(전 KCC)이 은퇴하면서 농구판의 유일한 맏형으로 남은 '국보센터'다.

추승균의 은퇴 결정으로 서장훈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한꺼번에 쏠렸다. 서장훈은 한동안 연락이 두절됐다.

이에 대해 서장훈은 "사소하지만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외부에 다녀오느라 휴대폰을 꺼두고 있던 것 뿐이지 일부러 칩거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연락이 두절되던 중 서장훈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추승균의 은퇴 선례도 있는 만큼 허심탄회하게 향후 거취에 대해 대화가 오고 갔다.

서장훈은 "오는 5월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이 시작되는 만큼 그 때까지 심사숙고할 계획"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은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암시했다.

"내가 지난 시즌에 LG에서 어느 정도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했어도 팀 성적에 관계없이 깨끗하게 물러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상태에서 은퇴한다면 너무 많은 아쉬움이 생길 것 같다"는 게 서장훈의 설명이었다.

서장훈은 2011시즌 전자랜드에서 LG로 이적한 뒤 정규리그에서 35경기에 출전하며 평균 21분, 7.5득점, 2.9리바운드의 성적을 남겼다. 서장훈의 프로생활 14시즌 동안 가장 저조한 기록이었다.

혼혈선수 문태영과 용병 애론 헤인즈와 공격 지향적인 역할이 겹쳐 활용폭이 크게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었다. 서장훈이 생각하는 '어느 정도'의 기준을 충족시키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돌발변수'가 돌출된 까닭에 기회가 부쩍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서장훈도 이제 피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 때문에 한물 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서장훈은 이같은 평가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강하게 나타냈다.

서장훈은 "나를 잘 아는 지인들조차도 서장훈이 너무 나이가 들어서 뛰지 못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할 때면 억울하고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한국 농구사에 전무후무한 통산 최다득점(1만2808점), 최초 5000리바운드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할 정도로 누가 뭐래도 최고의 선수였다. 그런 만큼 자존심과 명예를 중요실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 투혼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2011시즌 잣대를 가지고 은퇴를 논하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서장훈은 "지금의 상태에서 이런 평가를 받고 코트를 떠난다면 팬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내 자신에게 아쉬움도 너무 많이 남을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은퇴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LG를 포함해서 나를 원하는 팀이 없다면 그 때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깨끗하게 물러나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웃으면서 이 말을 건넸지만 구차하게 선수 생명을 연장하고 싶지는 않다는 자존심이 느껴졌다.

서장훈은 지금 '노병은 죽지 않았다', '이렇게 죽을 수 없다'는 속마음과 은퇴라는 현실 사이에서 처절하게 갈등하고 있었다.

농구계에서는 여전히 서장훈의 쓰임새가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43세에 은퇴한 이창수를 보더라도 많은 나이가 아니고, 현역 토종 센터로서는 서장훈을 능가할 자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차세대 최고 센터였던 하승진(KCC)은 이제 군복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서장훈의 존재감은 재평가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은퇴의 기로에서 번뇌하는 서장훈이 어떤 '판결문'을 받아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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