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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의 거취를 말하는 대목에서는 안타까운 심경을 대변하려는 듯 무겁게 힘이 실렸다.
한국농구의 살아있는 전설 서장훈(38)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은퇴와 선수생활 지속 여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은퇴보다는 한 번 더 기회를 잡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추승균의 은퇴 결정으로 서장훈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한꺼번에 쏠렸다. 서장훈은 한동안 연락이 두절됐다.
이에 대해 서장훈은 "사소하지만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외부에 다녀오느라 휴대폰을 꺼두고 있던 것 뿐이지 일부러 칩거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연락이 두절되던 중 서장훈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추승균의 은퇴 선례도 있는 만큼 허심탄회하게 향후 거취에 대해 대화가 오고 갔다.
서장훈은 "오는 5월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이 시작되는 만큼 그 때까지 심사숙고할 계획"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은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암시했다.
"내가 지난 시즌에 LG에서 어느 정도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했어도 팀 성적에 관계없이 깨끗하게 물러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상태에서 은퇴한다면 너무 많은 아쉬움이 생길 것 같다"는 게 서장훈의 설명이었다.
서장훈은 2011시즌 전자랜드에서 LG로 이적한 뒤 정규리그에서 35경기에 출전하며 평균 21분, 7.5득점, 2.9리바운드의 성적을 남겼다. 서장훈의 프로생활 14시즌 동안 가장 저조한 기록이었다.
혼혈선수 문태영과 용병 애론 헤인즈와 공격 지향적인 역할이 겹쳐 활용폭이 크게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었다. 서장훈이 생각하는 '어느 정도'의 기준을 충족시키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돌발변수'가 돌출된 까닭에 기회가 부쩍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서장훈도 이제 피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 때문에 한물 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서장훈은 이같은 평가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강하게 나타냈다.
서장훈은 "나를 잘 아는 지인들조차도 서장훈이 너무 나이가 들어서 뛰지 못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할 때면 억울하고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한국 농구사에 전무후무한 통산 최다득점(1만2808점), 최초 5000리바운드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할 정도로 누가 뭐래도 최고의 선수였다. 그런 만큼 자존심과 명예를 중요실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 투혼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2011시즌 잣대를 가지고 은퇴를 논하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서장훈은 "지금의 상태에서 이런 평가를 받고 코트를 떠난다면 팬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내 자신에게 아쉬움도 너무 많이 남을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은퇴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LG를 포함해서 나를 원하는 팀이 없다면 그 때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깨끗하게 물러나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웃으면서 이 말을 건넸지만 구차하게 선수 생명을 연장하고 싶지는 않다는 자존심이 느껴졌다.
서장훈은 지금 '노병은 죽지 않았다', '이렇게 죽을 수 없다'는 속마음과 은퇴라는 현실 사이에서 처절하게 갈등하고 있었다.
농구계에서는 여전히 서장훈의 쓰임새가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43세에 은퇴한 이창수를 보더라도 많은 나이가 아니고, 현역 토종 센터로서는 서장훈을 능가할 자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차세대 최고 센터였던 하승진(KCC)은 이제 군복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서장훈의 존재감은 재평가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은퇴의 기로에서 번뇌하는 서장훈이 어떤 '판결문'을 받아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