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탄생한 김현민 스토리

최종수정 2012-03-23 08:44

부산 KT와 안양 KGC의 2011-2012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 2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렸다. KT 김현민과 KGC 박찬희가 리바운드를 다투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정말 울컥하네요."

미소를 지으면서도 부끄러워하는 영락없는 신인 선수의 풋풋한 모습.

22일 부산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KT와 KGC전에서 14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KT 김현민.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단기전에서 감독들이 항상 기다리는 '미친 선수'가 됐다는 점이다. 올 시즌 KT에 입단한 루키 김현민은 아직 가야할 길이 더 많이 남은 선수. 그러나 그의 프로 적응은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단국대 시절 그는 좌충우돌이었다. 신체조건은 타고났다. 1m99의 큰 키에 스피드와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서전트 점프는 90㎝. 오세근과 김주성이 60~70㎝ 정도를 뛴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점프력이었다.

KT 전창진 감독은 이런 김현민의 가능성을 주목하며 지명했다. 하지만 프로 적응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기본기가 매우 부족했다. 기본적인 수비력과 함께 슈팅도 좋지 않았다. 올 시즌 전 KT의 전지훈련에서 대학 시절 운동능력으로 버티던 그의 약점이 송두리째 드러나는 순간.


패턴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수비에서 간단한 페이크 동작에 속는 경우가 다반사. 자신의 운동능력을 과시하려고 무리하게 덩크슛을 쏘다가 야단을 맞기도 했다.

전 감독은 가혹하게 그를 몰아부쳤다. 그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감독님이 질책을 많이 하셔서 평소에 되던 플레이도 잘 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었다. 기본기 없는 운동능력은 프로에서 모래성이었다. 전 감독은 이 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김승기 수석코치에게 특명을 내렸다.

김 코치는 김현민에게 1대1 지도를 하기 시작했다. 휴일 외박은 꿈도 꾸지 못했다. 쉬는 날에도 오전 오후로 나눠 모든 것을 바꿨다. 당시 김 코치는 "네가 가지고 있는 농구는 모두 버려라. 농구의 ABC부터 시작할 것이다"라고 했다. 결국 기본적인 수비 스텝과 요령, 슈팅, 패턴에 대해 차근차근 익혔다.

코트의 강백호

그의 운동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올 시즌 올스타전 덩크슛 컨테스트에서 국내선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점프력은 탁월했다.

문제는 내실과 경험이었다. 전 감독은 그를 시즌 막판 기용하기 시작했다. 찰스 로드가 부상으로 잠시 개점휴업하자, 그를 골밑으로 내보냈다.

그동안의 혹독한 조련과 함께 경험을 쌓게 하려는 배려였다. 그리고 플레이오프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했다.

KT는 높이가 낮은 팀이다. 플레이오프에서 경쟁할 동부, KCC, KGC 등은 국내 장신 포워드들이 버티고 있었다. KT 입장에서는 김현민의 리바운드능력이 꼭 필요했다.

그러나 좀처럼 기를 펼 수 없었다. 6강 전자랜드와 1차전. 김현민은 경기 막판 문태종을 마크했다. 6강 플레이오프를 준비할 때부터 전 감독은 김현민에게 두 가지를 주문했다. 문태종에게 슈팅찬스를 주지말고 밀착마크를 할 것, 헬프 수비를 깊게 들어가지 말 것이었다. 그런데 코트에 들어가는 순간 까먹었다. 문태종에게 오픈 찬스를 내줬고, 3점슛을 맞았다. 전 감독은 타임아웃을 불고 김현민을 무섭게 질책했다. 그것도 TV 카메라 앞에서 그랬다. 결국 KT는 연장접전 끝에 패했다.

그러나 김현민을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히 송영진과 박상오의 백업멤버로 기용했다. 결국 그가 사고를 쳤다.

2연패로 벼랑 끝에 선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결정적인 순간 골밑에서 리바운드와 블록슛을 하며 KT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전 감독은 "김현민이 이렇게 잘해줄 지 몰랐다"며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김현민은는 3차전이 끝난 뒤 "시즌 초를 생각하니까 울컥한다. 하지만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라고 했다.

조성민은 "확실히 김현민이 리바운드를 잡아주니까 높이가 대등해졌다. 그런데 야단을 많이 맞을 나이다. 나도 예전에 많이 혼났었다"고 했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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