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김성철의 허슬플레이, KGC 투혼을 일깨웠다

기사입력 2012-03-30 10:42



"우리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29일 원주치악체육관에서 열린 KGC와 동부의 챔피언결정전. 74대71 KGC의 승리 후 맏형 김성철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4-0으로 동부가 우승할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KGC는 1, 2차전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 중심에는 분명 오세근, 김태술, 양희종, 박찬희 등이 있었지만 '김성철이 없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선수들 투혼 불러 일으킨 허슬 플레이

아슬아슬한 승부가 이어지던 계속됐던 2차전. 4쿼터 험블 상황에서 붉은 유니폼을 입은 한 선수가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 김성철이었다. 한국 나이로 37세. 농구 선수로 환갑을 넘긴 그가 투혼을 발휘하자 코트 위에 있던 후배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숨이 차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이를 악물고 뛰어 3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실에 들어온 선수는 양희종, 김태술, 오세근. 김성철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양희종은 "성철이형이 몸을 날리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참이 그렇게 뛰는데 후배들은 더 힘을 내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나는 다음 경기에서 슬라이딩을 1번이 아닌 2번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철은 "후배들이 열심히 뛰는데 나라고 구경만 할 수는 없지 않나. 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나도 모르게 몸을 날렸다"고 밝혔다.

김성철 본인은 "훌륭한 후배들이 있어 내가 할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겸손해 하지만 결국 그의 가치가 빛난 것은 챔피언결정전이었다.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어린 후배들을 코트 안팎에서 다독이고 조언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감독, 코치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KGC는 2차전 깜짝 지역방어를 선보이며 동부를 꺾을 수 있었다. 경기를 지켜본 한 농구 관계자는 "자주 사용하지 않은 수비라 불안한 면도 있었지만 김성철이 코트에서 선수들에게 소리를 치며 수비 밸런스를 잘 잡아줬다"고 칭찬했다.

동부 우승?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사실 김성철 자신도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을 어렵게 생각했다. 동부의 수비 조직력이 너무 훌륭한데다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 1승5패로 밀리며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차전에 석패한 후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김성철은 "붙어보니 충분히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 자신감이 2차전에 모두 발현됐다. 2차전 승리로 KGC 선수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게 됐다.

김성철은 선수단 분위기를 전하며 "후배들 각자가 동부 선수들과의 매치업에 자존심을 걸고 있더라"라며 이점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챔피언결정전 전부터 김태술vs박지현, 양희종vs윤호영, 오세근vs김주성 등의 매치업이 화제가 됐다. 물론 KGC가 1대1 대결에서 동부를 넘어설 수 없다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김성철은 "후배들이 말은 안해도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코트에서 보여준다. 승부 근성으로 불타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그렇다면 KGC의 우승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냉정한 평가를 부탁했다. 김성철은 "경기도 많이 남아있고 변수도 많다. 때문에 섣불리 우승여부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동부가 우승하는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는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김성철 역시 챔피언결정전은 자신의 농구 인생에 처음이다. 주역이 되고 싶은게 당연하지만 조연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김성철은 "챔피언결정전과 같이 큰 경기에서는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후배들을 자극도 하고 기분도 끌어올려주는 등 분위기를 잡아나가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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