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은 너의 것, 영광은 나의 것?'
그동안 협회는 당해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감독을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지도력에 대해 굳이 검증할 필요가 없는데다, 주로 프로팀에서 발탁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현재 기량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든 시기에 대표팀을 이끈 것도 감독 발탁의 주요 고려사항이다. 협회는 지난 14일 이런 관례대로 남자 프로농구 KGC를 챔프전 정상에 올려놓은 이상범 감독을 남자농구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그런데 여자농구에선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미 협회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된 임달식 감독의 연임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협회에선 임 감독에게 대표팀 예비명단 가운데 최종적으로 태극마크를 달 선수를 엄선할 마음의 준비까지 시켰다. 임 감독은 시즌 내내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어떤 구상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아직 감독 선임도 안 됐는데 '김칫국'부터 마실 순 없다"면서도 지난 3년간 국가대표를 이끌며 쌓은 인적 네트워크 등을 통해 연습상대를 찾고 정보를 취합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동안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앞서 밝힌 이유는 충분히 납득할만 하다. 하지만 임 감독은 2009년부터 대표팀을 맡은 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그리고 지난해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ABC)에서 연달아 결승까지 팀을 이끌었고 두 대회 모두 중국과 대접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의 거친 홈 텃세와 불리한 심판 판정만 없었다면 충분히 우승을 차지했을만큼 훌륭한 경기력을 보였다. 다른 팀들의 선수 차출 비협조로 훈련 과정부터 어렵사리 대표팀을 운영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 능력은 더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리고 일찌감치 팀 코치진을 임명한데다, 정작 신한은행이나 임 감독으로부터 자리를 비우기 힘들다며 감독직을 고사하겠다는 부탁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전혀 없다.
오히려 협회 이사회에서 "신한은행은 누가 맡아도 우승하는 것 아니냐"며 지도력에 대한 폄하 발언까지 나왔다고 한다. 지난 시즌 전 3명의 베테랑이 은퇴한 후 김단비 이연화 등 새로운 선수를 키워내 6연패를 일궈낸 실력은 애초부터 안중에도 없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임 감독의 대표팀 운영 방향에 대해 평소 불만이 많았던 몇몇 이사들이 이번 일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 결함이 없었는데다, 오는 6월 터키에서 열리는 런던올림픽 최종예선까지 이끈 사령탑의 실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보다는 철저히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움직인 셈이다.
이호근 감독의 실력을 의심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어쩌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선택된 이 감독도 피해자라 할 수 있다. 결국 원리도 원칙도 지키지 않은 여자농구의 '밀실행정'은 최근 신세계의 해체로 촉발된 위기를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