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아시아 삼류가 되기 싫다면 일본을 봐라

최종수정 2012-07-02 11:21

올림픽 단골 손님은 옛말이다. 아시아 2위 자리를 걱정할 처지다.

여자농구의 올림픽 5회 연속 진출이 좌절됐다. '준비 부족'과 '안일함'이 결국 앙카라 참사를 만들어냈다. 특히 한수 아래로 생각했던 일본에게 발목을 잡혀 탈락해 충격은 몇 배로 다가왔다.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라는 자존심은 처참히 무너졌다. 이대로라면 일본에 밀려 3위권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다.

한국을 격침시킨 일본도 런던행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2일(한국시각) 터키 앙카라 앙카라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패자 결승전에서 캐나다에 63대71로 패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일본이 보여준 모습은 우리가 배워 마땅하다. 일본은 지난해 자국에서 개최한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ABC)에서 내심 우승을 기대했다. 개최국의 이점으로 판정에서 득도 봤다. 하지만 17점차로 앞선 한국전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거두며 3위로 올림픽 최종예선 티켓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일본은 이 대회 결과를 '치욕'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일찌감치 올림픽 최종예선 코칭스태프를 확정했다. 대회가 열리기 무려 반년 전이었다. 자국리그 1위 팀 JX의 우츠미 감독을 감독에, 2위 도요타의 정해일 감독과 3위 덴소의 코지마 감독을 코치로 앉혔다. 코치진마저 리그 감독들로 선임해 두터운 코칭스태프를 꾸렸다.

자국리그 순위대로 감독과 코치를 선임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일본 스포츠계에서 한국인 코치의 발탁은 파격적이었다. 그동안 인스트럭터 등으로 일시적인 지도에 나선 적은 있어도 정식 코치가 된 적은 정해일 감독이 처음이었다.

단순히 코칭스태프 선임만 발빠르게 움직인 게 아니었다. 일본은 리그가 종료된 뒤 한 달 뒤에 대표팀을 소집했다. 4월 초 대표팀을 소집해 두차례에 걸쳐 강화훈련을 진행했다. 그리고 4월 말엔 아예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3주간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졌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2011-2012시즌은 3월30일 신한은행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종료됐다. 일본보다 무려 24일이나 늦은 시기였다. 대표팀 감독 선임은 4월18일. 협회의 석연찮은 이유로 감독이 교체된 마당에 준비 시간은 더욱 적었다. 게다가 5월7일 대표팀이 처음 소집됐을 땐 12명의 엔트리 중 제대로 운동이 가능한 선수가 5명도 되지 않았다. 베스트5를 만들지 못해 한달 가까이 연습경기도 치르지 못했다. 자체 청백전은 꿈도 못 꿨다.


휴식과 재활의 시기라는 것도 핑계에 불과하다. 일본은 2004년 이후 8년만의 올림픽 진출을 위해 조기 훈련이라는 강공드라이브를 걸었다. 우리도 의지만 있었다면 가능했다. 정규시즌 일정을 앞당겨서라도 준비 시간을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무난히 진출하겠지'라는 안일함 속에 처참히 무너졌다.

한국 만큼이나 일본도 한국에 대한 반감이 크다. 하지만 한국인 코치를 받아들이는 움직임 속에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일본이라고 배울 게 없는 게 아니다. 더이상 한수 아래로 평가하거나, 투지가 나올 것이라는 한일전의 특수성만 믿고 있으면 안된다. 이러다 자칫 잘못하면, 아시아 삼류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사진제공=WKBL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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