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자 3초룰에 이은 프로농구 두번째 폭풍변수

최종수정 2012-11-14 06:36

프로농구 삼성과 SK의 경기가 1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삼성 타운스가 SK 헤인즈 김민수와 치열하게 볼을 다투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11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프로농구 KT와 전자랜드의 경기가 열렸다. KT 대형 신인 파워포워드 장재석이 골밑 슛을 시도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올 시즌 프로농구는 혼돈의 연속이다.

시즌 초반 '수비자 3초룰 폐지'가 코트를 강타했다. 골밑이 빡빡해지면서, 전통적인 1대1 골밑공격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졌다. 확실한 골밑득점이 줄어들다 보니 전체적인 득점 자체가 적어졌다. 외곽의 공격이 승부를 가르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KT 서장훈은 "올 시즌은 좀 이상하다. 외곽공격이 결정적으로 승패를 가른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 역시 뚝심있는 센터보다 내외곽 공격이 가능한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가 더 실효성이 있어 보였다. 그 결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즌 전 다크호스로 꼽혔던 SK와 전자랜드가 '2강'을 형성했던 가장 큰 이유.

그런데 2라운드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감지된다. 모비스와 동부가 전력을 추스리며 반격에 나섰다. 뚝심있는 센터가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왜 이렇게 급격하게 코트지형이 변하고 있을까.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는 법이다.

수비자 3초룰의 최대 수혜자들

시즌 전 SK의 가장 큰 약점은 골밑으로 보였다. 크리스 알렉산더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핵심 외국인 선수는 헤인즈. 김민수 최부경 박상오 등 고만고만한 포워드들은 많았지만, 골밑을 확실히 장악할 센터가 부족했다. 모비스, 동부에 비하면 현격하게 처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수비자 3초룰 폐지는 엄청난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일단 수비전술을 구사하기가 쉬워졌다. SK는 공격이 수비보다 강했다. 약한 수비 때문에 좋은 화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역전패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결국 6강에도 들지 못하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골밑에 수비선수가 '상주'하게 됨에 따라 복잡한 수비전술은 필요없어졌다. 수비에 큰 부담을 던 SK는 공격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헤인즈가 농익은 1대1 플레이로 공격을 이끌자, 이적생 박상오도 살아났다. KT시절에도 박상오는 찰스 로드와 호흡을 맞출 때보다 포워드형 용병 제스퍼 존스와 짝을 이룰 때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여기에 김선형이 가세했다. 확실한 골밑공격이 줄어들면서 득점 자체가 많이 나오지 않는 상황. 하지만 다양한 공격옵션을 지닌 SK는 그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았다.

전자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리카르도 포웰의 공격력은 외국인 선수들 중 최상급이다. 슈팅과 패싱게임에 능한 문태종도 있다. 외곽의 강력한 수비로 상대의 예봉을 틀어막은 뒤 확실한 패턴 플레이로 상대를 압박했다.


반면 모비스는 함지훈, 동부는 김주성과 이승준이 수비자 3초룰 폐지의 피해자가 됐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선수의 부족함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수비자 3초룰 폐지로 인한 변화. 그리고 복합적인 변수가 결합되면서 프로농구는 1997년 출범 이후 가장 낯선 순위경쟁이 벌어졌다.

높이의 반격

수비자 3초룰 폐지는 저득점 현상과 외곽포 비중확대를 가져왔다. 사실 자동적으로 연결되는 인과관계는 아니다. 한국농구의 슬픈 현실이 투영돼 있다. 그만큼 빡빡해진 골밑을 뚫거나, 1대1 공격을 할 테크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개인기 부족이 결합됐다는 의미.

즉, SK와 전자랜드가 1라운드에서 강했던 것은 바뀐 상황에 좀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는 것이다. 모비스와 동부, 그리고 KT 등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적응이 끝날 경우 만만치 않은 전력으로 곧바로 올라온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SK와 전자랜드는 딜레마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농구에서 높이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두 팀은 헤인즈와 포웰을 기용할 경우, 골밑이 약화된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 선수들 중 대형 센터나 포워드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알렉산더나 카스토 등 정통센터를 투입할 경우 조직력과 공격이 약화된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를 포워드형 선수로 쓸 경우 변칙적인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패턴은 더욱 더 빨리 노출될 수 있다. 높이는 알고도 못 막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변칙적인 전술은 얼마든지 대응가능하기 때문이다. KGC 파틸로의 득점력이 뚝 떨어진 이유. SK 헤인즈가 삼성전에서 부진한 이유. 그리고 전자랜드 포웰이 최근 유난히 실책을 많이 하는 이유 역시, 상대팀이 완벽하게 공격루트를 봉쇄할 준비를 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1라운드에서 피해자였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 KT 전창진 감독, 동부 강동희 감독은 이런 패턴변화에 매우 민감한 사령탑들이다.

SK는 최근 모비스와 삼성에게 패했다. 전자랜드는 KT에게 두 차례나 졌다. 결정적인 순간 골밑에서 승부가 갈렸다. 물론 SK는 김선형의 부상으로 인한 공격력 저하, 전자랜드는 객관적인 전력의 한계 등이 있긴 하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수비자 3초룰 폐지에 대한 적응이 뒤늦게 끝난 타 팀들이 SK와 전자랜드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이제 강팀과 약팀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2차 폭풍을 맞게 된 프로농구. 또 어떤 변수들이 나타날 지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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