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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전력의 문제가 아니다
일단 전력부터 살펴보자. 프로팀에서는 1.5군이 나섰다. 용병이 없었고, 체력적인 부담감이 있는 베테랑 선수들을 뺐다.
물론 올해 대학 4학년 졸업반 선수들이 프로로 빠져나갔다. 따라서 대학팀으로서는 전력의 약화가 있었다. 또 하나 프로팀은 대학농구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만 뽑힌다. 대학팀은 선수들간의 실력편차가 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감안해도 대학팀의 '반란의 기운'은 가득했던 게 사실이다. 경희대 최부영 감독은 "대회 첫날 프로팀에서 2진을 기용하는데 프로-아마 최강전은 의미가 없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팀은 8강전까지 살아남지 못했다. 아이러니컬한 사실이지만, 현실이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문제는 경기내용이 너무 부실했다는 점이다. 대학팀은 프로의 다양한 변형수비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프로팀이 이 대회를 대비해 새로운 전술을 장착했던 것도 아니다. 평소 쓰던 수비패턴을 사용했지만, 대학팀은 제대로 뚫지 못했다. 준비는 커녕, 분석조차 되지 않은 듯한 분위기였다.
경희대는 전자랜드에 2점차로 패했다. 상대의 밀착수비에 김종규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고려대나 연세대도 마찬가지였다. 빅맨에 대한 활용도가 전혀 없었다. 정밀한 패턴 플레이가 필요했지만, 그런 능력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고 수비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대학팀의 준비가 그만큼 부실했다는 얘기. 한 해설위원은 "대학팀 전멸의 표면적인 이유는 전력이나 경험이 아닌 세밀한 테크닉과 벤치의 전술능력에서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발전없는 대학감독과 선수들
김종규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LA 전지훈련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탄력과 신체조건을 지녔기 때문이다. 당시 NBDL(NBA 하부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된 연합팀과의 경기에서 뛰어난 블록슛과 수비능력을 선보였다. 당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유재학 감독은 "높이는 김주성이나 이승준보다 높다. 잠재력이 뛰어난 만큼 개인기량만 개발한다면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김종규는 대표팀 최종명단에서 탈락했다. 개인기술이 미흡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김종규가 보여준 것은 없었다. 속공과 공격리바운드에 의한 득점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한 지도자는 "김종규가 지난 2년동안 개인기가 향상된 게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또 고려대 이승현에 대해서도 "파워나 중거리슛의 정확성은 확실히 좋아졌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국가대표팀에 들어가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아시아권에서 버틸 수 없었다. 슈팅레인지를 좀 더 늘리고, 세부적인 기술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만큼 대학 선수들의 기술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또 한 명의 지도자는 "대학선수들의 전체적인 기술수준이 너무 낮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 지도자들의 지도력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생긴다. 한 농구관계자는 "프로팀에서는 대학팀의 전술 자체를 완전히 대응하는 반면, 대학팀은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선수들의 기술개발도, 세밀한 패턴과 조직력의 발전도 없는 대학농구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대학농구의 문제점에 대해 프로의 한 지도자는 "중-고교 시절 기술을 익히고, 대학에서 그 꽃을 활짝 펴야 하는데, 성적에만 연연하다 보니 똑같은 패턴과 기술만 반복한다. 그러다보니 좀 더 차원높은 패턴이나 기술을 구사하지 못하는 게 대학농구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런 발언은 납득이 간다. 현재 프로에서 최정상급에 있는 오세근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올해 1순위로 뽑힌 KT 장재석도 공수의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 "대형 센터감들은 골밑에 버티고 있는 것을 대학 감독들은 선호한다. 기술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기술의 부족은 시스템의 문제다. 결국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된 대학농구다.
경희대 최부영 감독은 프로팀 2진 기용에 대해 비난했다. 그리고 "편하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판에 걸맞은 실력은 갖추지 못했다. 좋은 기술과 전술로 프로팀을 꺾은 뒤 이런 얘기를 했다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무책임한 비난이 됐다. 결국 처참한 결과를 얻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송도고 전규삼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책임있는 자율성을 부여했다. 기술농구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했다. 전국대회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신기성, 김승현을 비롯한 뛰어난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대학을 비롯한 모든 아마농구 지도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더불어 아마농구의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는 한 한국농구의 발전은 요원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