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재,정재홍 그리고 연세대, 왜 그들은 한국농구를 자극했나

기사입력 2015-08-24 05:55


프로-아마 최강전이 끝났다. 오리온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확실히 오리온스의 전력은 탄탄했다. 추일승 감독의 지략 포인트도 빛났다.

전체적으로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로농구를 감싸고 있는 사건사고와 위기가 절정인 현 시점이다. 현 농구계를 둘러싼 여러 가지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프로는 기술이 부족하다', '아마는 선수들이 성장하지 않는다. 사령탑들은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 상황에서 프로와 아마의 실제 수준을 알 수 있는 민낯같은 대회가 열렸다. 인상적인 부분과 실망한 부분이 교차된다. 다행인 점은 희망적인 요소가 많았다는 점이다. 강상재와 연세대, 그리고 정재홍은 확실히 상징적 요소였다. 단지, 그들의 경기력 뿐만 아니라 한국농구의 고질적인 병폐를 어떻게 해결해 줄 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고려대 강상자는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최고의 선수였다. 노력으로 그런 결과를 얻었다는 점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사진제공=KBL
강상재

이번 대회 고려대의 사실상 에이스는 강상재였다.

이종현이 자신의 사이즈를 어떻게 활용할 지 모르는 상태에서 강상재는 내외곽에서 고도의 테크닉을 보여주며 고려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의 변화는 극적이다. 고교시절까지 포워드였던 그는 2m3의 큰 키에 파워를 보탰다. 벌크업에 성공하며, 원래 가지고 있던 테크닉이 더욱 빛을 발했다. 파워가 좋아지면서, 상대 수비수와의 공간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여유가 생기면서 미드 레인지 점프슛, 슛 페이크, 골밑 돌파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극적인 변화였다. 이번 대회에서 매 경기 더블더블, 그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결승전에서는 23득점을 올리며, 문성곤 이동엽과 함께 고군분투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이종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역부족인 상황에서 경기 막판 다리에 쥐까지 나는 투혼을 발휘했다.

결국 MVP 투표에서 오리오스의 이승현(18표)에게 1표 뒤진 17표를 얻었다. 그만큼 눈부셨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강상재의 대표팀 탈락은 너무나 아쉽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의 최근 2년간의 변화다. 대학 유망주에서 프로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빅맨'으로 성장했다. 내외곽에서 기술이나 파워 면에서 단점이 없기 때문에 매우 안정적이다.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지는 알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프로에서도 엘리트 빅맨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팀동료 이종현과 연세대 최준용은 2년 전 촉망받던 신예들이었다. 그런데 대표팀 내에서 연습 태도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발전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시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두 선수를 모두 데려갔다. 이종현은 즉시 전력감, 최준용은 발전가능성을 보고 발탁했다. 당시 예선에서 최준용에게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여기에는 의미가 있다. 그는 2m1의 좋은 순발력과 농구센스를 지닌 대형 선수다. 대표팀 조성민과 김태술은 "농구 센스는 정말 좋은 선수"라고 했다. 하지만 그 뿐이다. 당장 그가 어떤 포지션을 맡아야 할 지 알 수 없다. 포워드를 맡기에는 슈팅력이 떨어지고, 가드진을 소화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 이종현 역시 마찬가지다. 파워와 테크닉, 슈팅능력 모두 떨어진다.(이종현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8월12일 쓴 'NBA? 차세대 국대센터 이종현의 잃어버린 2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다.)

어릴 수록 성장의 폭은 많아진다. 중, 고교 시절 기술의 틀은 완성된다. 하지만 프로 2~3년 차가 넘어가면 기술흡수력은 대폭 떨어진다. 즉, 두 선수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이번 대회 MVP를 수상한 이승현과 이번 대회를 가장 빛낸 강상재는 그런 의미에서 대학생 유망주들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 지를 나타내는 표본이다.


정재홍은 자비를 들여 미국으로 개인훈련을 떠났다. 노력하지 않는 프로 선수와 팀에 주는 자극제 역할을 했다. 사진제공=KBL
정재홍

이번 대회에서 단신 외국인 선수가 출전했다. 조 잭슨과 안드레 에밋 등은 각광을 받았다. 핵심은 '기술이 없는 국내 가드와 레벨이 다르다'는 평가였다.

일단 '외국인 쿼터제 확대'는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행정적 측면에서 도입 과정에서 현장의 반응을 무시한 김영기 총재의 독단적 결정이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 '외국인 쿼터제 확대'가 버린 기회비용이 '농구 유망주들의 진입 장벽을 막은 한국농구의 미래'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연봉상한 없는 1명 출전의 자유계약제'라는 명확한 대안이 있었지만, KBL은 그대로 강행했다.

'한국농구의 미래'를 담보로 삼았다면, 좀 더 확실한 대안이 필요했다.

하지만 단신 외국인 선수는 일단 환영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외곽의 경기력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선수들의 기술부족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프로에서 극적인 기술변화를 바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부분. 슈팅능력, 체력, 파워 등은 충분히 보강할 수 있다. 그런데 극히 일부 선수를 제외하곤 최근 프로 무대에서 선수들의 극적인 발전 모습은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조직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대학과 프로의 기술적 차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오리온스와 모비스를 제외하곤 그랬다. 한마디로 프로팀이나 선수들은 노력 부족이다. 철저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정재홍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극적이다. 미국에서 자비를 들여 드리블 기술을 익힌 그는 확실히 여유있는 경기력을 보였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일단 농구를 즐긴다. 앞에 상대가 있으면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라, 어떻게 기술적으로 요리할까에 대해 생각한다"고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기술이 있다면, 당연히 그런 욕심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프로 선수들은 대부분 1대1 상황에서 회피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백업 포인트가드가 부족한 오리온스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다. 추 감독은 "중요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경기당) 20분 정도인가"라고 묻자 "10~15분 정도"라고 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단신 외국인 선수 때문이다.


연세대는 매우 좋은 조직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허 훈을 비롯한 선수들의 개인기가 조화를 이뤘다. 대학 농구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제공=KBL
연세대

흔히 '농구를 잘하는 팀'이라는 말을 쓴다. 정확히 말하면 최강팀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예를 들어 '모비스'나 '샌안토니오', 혹은 지난 시즌 '애틀랜타'와 같은 팀을 두고 하는 말이다. 뛰어난 조직력과 적재적소의 전술로 객관적 전력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팀을 의미한다. 경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경기의 밀도와 흥미도를 결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모비스는 이번 대회에서 바로미터같은 역할을 했다. 한마디로 대학 팀들에게 프로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연세대는 모비스에게 1점 차로 패했고, 고려대는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를 자세히 살펴보자. 최근 고려대에 열세를 면치 못하는 연세대는 떨어지는 전력에도 모비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고려대는 고전 끝에 함지훈의 5반칙 퇴장 이후 역습에 성공했다.

유재학 감독은 "연세대는 기술과 조직력이 잘 갖춰졌다. 팀 자체가 짜임새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고려대와의 경기 직후에는 "특별한 전술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유재학 감독은 연세대 출신이기 때문에 이같은 평가를 했다는 반박을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실제, 경기를 보면 연세대는 모비스의 미세한 약점을 노리고 대비하는 준비성이 있었다. 1대1 대인방어에서 허 훈의 적극적인 2대2, 그리고 이후 모비스의 2-3 매치업 존에 대해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 등이 있었다. 수비가 약한 박구영을 향해 허 훈이 드라인브 인을 한 뒤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노리거나 컷-인하는 빅맨에게 패스를 건네주는 모습 등이 있었다.

반면 고려대의 경우 동부전부터 결승전인 오리온스전까지 전술의 변화는 없었다. 결국 매치업 자체가 대등한 오리온스에게 대패를 당했다.(오리온스는 공격에서 고려대 2-3, 3-2 지역방어를 수월하게 공략했다. 고려대 수비 변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수비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스위치 디펜스와 기습적 트랩 디펜스로 고려대를 아무 것도 못하게 만들었다.)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이종현은 경기 막판 벤치를 지켰다. 고려대는 특별한 팀이다. 베스트 5 자체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그만큼 성장해야 하는 팀이기도 하다.

선수 개개인의 기술과 팀 패턴의 완성도는 배치되는 부분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선수 개개인이 스크린에 대한 공수의 기술이 뛰어나다면, 당연히 팀 패턴의 옵션이 많아지고, 성공률(즉, 완성도)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 연세대는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허 훈이 각광을 받았지만, 더욱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팀 움직임의 기틀 안에서 그의 개인기가 빛났다는 점이다. 결국 클러치 상황에서 그의 결정력이 더욱 돋보였다.

최근 몇 년간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아마팀의 전술 레벨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대부분 수비를 제외하면 공격에서 프리랜스 오펜스였다. 이 과정에서 뛰어난 유망주들이 정체하는 모습들이 많았다. 실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어떤 개인능력을 익혀야 하는 지 방향성을 상실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올해 연세대를 비롯해 투 가드가 인상적인 중앙대 등은 좋은 팀 조직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세대 은희석 감독과 중앙대 양형석 감독은 "당연히 대학농구에서 선수 개개인도 성장해야 한다. 특정한 틀을 만들면, 그 속에서 선수들이 개인기를 익힐 필요성과 당위성을 더욱 강하게 느낀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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