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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팀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갖는 감정은 다양하다. 그 팀에 꼭 이기겠다는 투지를 갖는 선수가 대부분이지만 오히려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이 발생하기도 한다.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FA로 아산 우리은행 위비로 팀을 옮긴 김정은이 처음으로 친정팀을 맞아 힘든 경기를 펼쳤다.
-친정팀과의 첫 경기였는데 어땠나.
▶어제부터 기분이 묘하긴 했다. 12년 동안 몸담았던 팀이라 상대로 뛴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고 묘했다. 하나은행이 어떻게 플레이를 하는지 알다보니 생각이 오히려 많아져서 플레이가 매끄럽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외국인 선수가 압도적이지 않기 때문에 나와 혜진이, (임)영희언니가 잘해줘야 하는데 영희 언니와 혜진이는 우승경험이 있고 이 팀에 오래 있어서 잘하는데 역시 내가 문제인 것 같다.
-4쿼터 중반 9점차로 벌어졌는데.
▶9점차로 벌어지면 조금 힘든 상황이기는 한데 이상하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 우리은행은 시소경기서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 동료를 믿었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하나은행 동생들이 경기를 너무 잘했고, 우린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마지막 집중력의 차이가 난 것 같다. 혜진이나 영희언니는 5연패한 구력이 있더라.
-직접 체험하는 우리은행은 어떤가.
▶하나은행 때 우리은행과 할땐 10점을 이겨도 되게 불안했다. 여기와서 해보니까 훈련량이 달랐다. 시즌 중에도 훈련이 비시즌과 똑같다. 그런 것에서 힘이 나오지 않나 싶다. 아직은 못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시즌전 밸런스가 좋아서 될 줄 알았는데 시즌 들어와서는 아직 녹아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영희 언니와 코칭스태프에서도 조언을 해주고 있어서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지난 삼성생명전에선 3점슛 성공률이 좋았는데.
▶오늘은 외곽찬스가 많이 났는데 이상하게 안들어갔다. 던질 때 들어갔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안들어가더라. 심리적인 게 있지 않았나.
-위성우 감독이 3분53초남기고 자유투를 던질 때 교체할 생각을 했다고 말했는데.
▶오늘도 경기 내내 질책을 받았다. 감독님이 가끔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혼내시는데 그래도 뒤에 가서는 챙겨주시는 것도 있다. 비시즌 때부터 지금까지 감독, 코치님들이 나를 어떻게든 재기시키려고 나에게 공을 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나 또한 훈련도 참고 했는데 막상 시즌에서 반도 못보여주고 있어서 나보다 감독 코치님이 더 속상해 하실거다. 그게 맘에 걸린다. 죄송스럽다.
-많은 훈련량이 힘들 것 같은데 다른 선수들의 조언이 있었나.
▶훈련을 하면서 시즌을 치른 적이 없어서 사실 힘들다. 동료들이 나 때문에 이기고 싶어하고, 지면 내가 자책할까봐 열심히 뛰고 있다. 내가 힘들어 하면 영희 언니나 혜진이가 첫해 때는 다 힘들었다. 2∼3년쯤 하면 적응이 된다고 하더라. 2, 3년을 어떻게 버티나 싶다. 동료들의 힘을 받으면서 하고 있다.
아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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